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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Mar 03. 2021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받고

COVID-19 VACCINATION

기분이 묘하다. 거의 1년간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했는데 이제 끝이 거의 다가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캘리포니아에서 고령층과 의료계 종사자 접종을 어느 정도 진행을 하고 3월 1일부터 교사를 비롯한 교직원과 다른 서비스 업종에 속한 사람들에게 접종이 시작되었다. 필자가 속한 교육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4월 중에는 학교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어떤 교육 구들은 교사들의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를 이미 연 곳도 여럿이다. 


백신 접종을 직접 경험해 보니 신문으로 접한 백신 접종 초기의 혼란은 없었고 예약된 시간에 도착해 절차 시작부터 접종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접종 반응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5분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까지 포함하여 20분 이내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1년간 온라인으로 밖에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교정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간절히 보고 싶다. 교직원들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학생들이 예전과 같은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미국은 깊은 내상, 외상을 입은 듯하다. 초강대국, 선진국, 천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나라는 힘센 거인이 작은 벌레들을 처리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듯 우왕좌왕 어이없는 초기 대응으로 전 세계 최다 사망자 발생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한 여러 변명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두고 어떤 가능한 변명이 있을 수 있을까. 


미국 정부는 유래 없는 대규모 부양책을 쏟아 내며 이 사태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돈 많고 힘센 이 나라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코로나 초기의 어이없는 대응이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백신을 맞으면서 전쟁터에 나가기 전 방탄조끼를 받아 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방탄조끼가 전투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나 전장에 투입되지 않는 것이리라. 선택권이 없는 나에게 이러한 생각은 사치에 불과한, 참 희한한 1년을 보내며 만감이 교차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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