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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Apr 19. 2021

14개월 만의개학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처음으로 교실 수업을 앞두고 ...

20년이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교실을 비운적은 없었다. 바이러스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초기에는 모두들 갈팡질팡 어찌할 줄 모르는 기간을 보내고 어느 정도 온라인 교수/학습에 적응이 되어가는 가 싶은데 어느덧 대면 수업을 재개한다. 


16명 학생들 중에서 교실에 돌아와 수업을 받겠다고 신청한 학생은 고작 5명. 나머지 11명의 학생들은 이번 학년이 끝나는 여름까지 온라인으로만 수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교사들은 백신을 맞았더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이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가정에도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성인들이 있을 수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이토록 많은 학생들이 집에서 학년을 마치기로 한 것은 어쩌면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을 계속할만한 여건이 되어있다는 뜻도 되는 것이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겠다는 결정을 한 부모들이야 말로 이 외에는 선택이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수당이 충분하지 않다거나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맞벌이 가정이거나 다양한 이유에서 오는 온라인 학습의 어려움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교사의 입장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은 교실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 역시도 한 가정의 일원으로 가정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으로 이 또한 망설여 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름방학까지 2개월여 남짓. 


오전 3시간은 교실의 학생들과 함께, 오후 3시간은 온라인으로만 만나는 학생들과의 보내는 두 달이 어떠할지 아직은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14개월 만의 학교 출근을 앞둔 지금 설렘과 걱정, 만감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다음 주 마스크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선택을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4개월 만에 학교에 올 학생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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