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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May 16. 2021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1

2002년, 한국 국제학교는 젊고, 철이 없어서 할 수 있었던 선택

2001년.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공립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지 3년째. 교직에서 긴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시는 인터넷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세계에 퍼져 있는 국제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시 동부 교육청의 한 장학사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일개 교사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그 이후로 두어 번 더 이메일을 보내어 부탁을 했더니 그 장학사는 선심 쓰듯 전 세계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의 정보를 알려 주었다. 나는 그날로 개인적인 교육관을 담은 편지 형식의 이력서를 작성하여 모두 13개의 국제학교로 국제우편을 통해 발송하였다. 가고 싶은 곳이 따로 있긴 했지만 어디에서 연락이 오든 가장 먼저 오는 학교로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은 연변 한국 국제학교였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상해와 북경에도 이력서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고 그곳에서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큰 도시의 학교들은 역사도 있고 학생수도 많으며 젊은 교사가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니 혹시나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그쪽으로 갈 것을 권하였다. 다른 쪽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꼭 본인 학교로 오라고 하기는커녕 나를 생각해서 더 큰 학교로 가라니! 하지만 나는 이미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하였던 터라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연변 한국 국제학교로 가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그 이후로 북경, 상해, 일본, 이란 등에서 연락이 왔지만 나의 결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연변 한국 국제학교는 내게 숙소를 제공해 주었지만 연봉은 한국보다 적었고 여러 가지 상황도 서울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20년 전의 중국 변두리 지역이니 지금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좋은 점을 꼽자면 당시 한국에는 주 6일제 근무였지만 당시 중국은 이미 주 5일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여유롭고 행복한 토요일을 마음껏 즐길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교사를 하면서 나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지금 그때와 같은 선택이 주어진다면 나의 선택그때와 사뭇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젊고 철이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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