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비 오는 봄날의 교통사고
점심을 먹은 후에 비가 갑자기 오는 바람에 급하게 승합차에 올랐다. 연변의 숙소에 도착하려면 두세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비 오는 연변의 시골길은 파릇파릇한 초록이 올라와 겨울과는 완전 다른 세상을 선물한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차에 타자 마자 식곤증에 몸이 나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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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비명 소리 같은 것에 눈을 떴다. 승합차의 조수석에 앉았던 나는 내가 타고 있던 차가 곡선도로를 벗어나 공중에 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자동차 앞쪽에 밭이 보였다. 자동차가 밭에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손잡이를 꽉 잡고 준비를 했다. 비몽사몽이어서 그랬는지 내가 잘못 보았던 것 같다. 승합차는 밭에 닿기 전에 길가에 있던 가로수를 정면으로 충돌했고 성인 팔 한아름 정도 둘레의 그 나무는 그대로 부서질 정도로 충격은 강했다. 당시 중국에는 안전벨트 자체가 없는 자동차가 많았고 내가 타고 있던 승합차도 그러했다. 조수석에 안전벨트도 없이 앉아 있던 나는 충돌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