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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Nov 29.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9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엔진 굉음에 깨어났다. 승합차와 나무의 충돌로 내가 의식을 잃었었나 보다. 엔진이 폭발한다며 사람들이 고함쳤다. 승합차는 뒤집힌 채로 엔진에서 큰 소리가 나고 있었고 내 하반신은 차 속에, 상반신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상태로 땅에 엎어져 있었다. 체육 선생님이 나를 빨리 구해주라며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윽고 동료 선생님들이 와서 나를 구해주기 위해 나를 차속에서 끄집어 냈다. 선생님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큰 충격을 받은 듯 고함을 지르며 도움을 구하고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많이 다친 모양이다.


입안에 무엇인가 느껴진다. 찢어진 살덩이와 뽑히고 부러진 이 같았다. 안전벨트도 없는 승합차의 조수석에 앉아 나무와 정면충돌을 했으니 이 정도 부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안하다. 철이 없는 건지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몰라서 그런 건지. 마음이 평안하다.


동료 교사들은 나를 들고서 길가로 나갔다. 연변에서도 변두리인 사고 지역은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을뿐더러 비까지 내리는 터라 자동차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비 오는 시골의 길가에 뉘어져 얼마나 지났을까. 작은 트럭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 트럭의 운전자는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이방인인 나에게  트럭의 짐칸을 허락했다. 승합차에 함께 탔었던 선생님 두 분이 트럭 짐칸에 함께 탔다. 아마도 내 얼굴의 상처에서 나는 피를 지혈하기 위해서 탄 모양이다. 내 얼굴에 대고 있던 천조각이 피로 젖어 있음이 보인다. 상황이 꽤나 심각한 것 같다.

 

사고 지점에서 동네의 병원까지는 얼마나 가야 할까. 트럭 짐칸에 누워 있으니 봄비가 얼굴에 내린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에 정신이 까마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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