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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Nov 30.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0

중국 시골 변두리의 어느 병원에서의 첫 진료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한 중국 선생님이 트럭 짐칸에 앉아 내 얼굴의 상처에 천을 대고 지혈을 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나더러 잠들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한국말과 중국어를 섞어 가며 울먹인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나를 깨어 있게 하려고 반복해서 잠들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나는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팔에도 상처가 나서 피가 흘렀다.. 


흔들리는 트럭 짐칸에 실려 가면서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허리도 다친 모양이다.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알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가뜩이나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연약한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중국에 온 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아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중국의 생활을 접고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 건가. 돌아오는 월요일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껏 계획해 둔 많은 일들은 또 어쩌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변 변두리의 시골길을 한 참 달린 뒤에야 그 동네의 병원에 도착했다.


들것에 실려 허름한 동네병원으로 옮겨진 나는 그 시골병원의 의사에게 첫 진료를 받았다. 그 의사는 내 입속의 핏덩이를 먼저 꺼내고서는 입술 오른쪽 아래에서부터 왼쪽 귀 아래까지 찢어진 부분을 봉합했다. 언뜻 보이는 의사의 손은 청결하지 않았고 손톱에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자동차라도 고치고 있다가 달려온 모양이다. 고마운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교차한다.


나중에 안 것이었지만 그 시골 병원에서 받은 봉합 수술이 너무 어설퍼서 얼굴의 흉터가 제법 크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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