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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Dec 27.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4

실패한 수술: 끔찍한 기억

부러진 왼쪽 턱뼈 때문에 위, 아래 이를 철사로 묶은 시술을 하고 며칠 후 나를 담당하고 계셨던 의사 선생님은 부러져 어긋난 왼쪽 턱뼈를 바로 잡고자 했다. 턱뼈 전문의가 아니었던 선생님은 예전에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 그 시술을 진행하였다. 


이 수술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그 당시에는 턱뼈가 부러졌을 경우 이를 묶지 않는 것으로 의술의 방향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몰랐던 그 병원의 의사들이 이를 묶었다는 것이고 이미 묶인 이 때문에 어긋난 턱뼈를 바로 잡는 수술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위, 아래 이를 묶어놨으니 입을 벌릴 수가 없었고 이로 인해 전신마취 시 필요한 산소튜브 삽입이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국부 마취만으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술의 과정은 이러했다.  


    왼쪽 턱 부분을 부분 마취한다.  

    쇠 갈고리를 턱 아래 부분에 넣어 턱을 고정시킨다.  

    부러져 어긋난 턱을 아래로 잡아당겨 맞춘다.  

    엑스레이를 찍어 제대로 맞추어졌는지 확인한다.  

    만약 잘 맞는 않았을 경우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전신마취를 했다면 몰랐겠지만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진행된 수술은 쇠 갈고리를 턱뼈에 걸기 위해 뼈를 긁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의사는 쇠 갈고리를 턱뼈에 제대로 걸지 못해 턱뼈를 계속 긁어 댔고 턱뼈에 건 다음에는 있는 힘껏 당겼지만 이미 아랫니와 윗니가 철사로 묶인 상태여서 아래턱이 제대로 당겨질 수가 없었다.


갈고리를 걸고, 당기고, 엑스레이로 확인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수술은 실패했다. 계속해서 갈고리를 턱 안으로 넣어 당기는 탓에 해당 부위에 지나치게 부어오르고 부분 마취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통증 탓에 수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살고 있는 미국으로 오면서, 또는 인생의 큰 결정들을 할 때나 한국의 교단을 잠시 떠나 중국으로 갈 때도 별 다른 고민과 계획 없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믿음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통스럽고 끔찍했던 중국에서의 경험도 당시에는 이 또한 지나가고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너무 힘들지 않게 지나왔던 것 같다.


이 실패한 수술 다음에는 또 무엇이 다가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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