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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Dec 26.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3

불행 중 다행: 부러진 6개의 이

중국 연변의 병원에는 턱 뼈 전문의가 없었다. 미국에서 의사로 근무를 하다가 은퇴하신 한국 분이 진료를 주로 해 주셨는데 내가 당한 부상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는 듯 보였지만 대안이 없었다.


왼쪽 턱뼈가 부러졌기 때문에 깁스를 해야 하는데 얼굴 전체에 깁스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런 경우는 윗니와 아랫니를 철사로 묶어서 고정하는 시술을 한다고 했다. 사고 며칠 후 이루어진 이 시술을 받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턱이 부러져 통증이 있는 상태로 이 시술을 4시간 가까이 받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어려서부터 통증을 참는 데는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시술이 끝난 다음에 눈물이 줄줄 흐를 만큼 고통이 컸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이 시술은 받으면 안 되는 시술이었다. 옛날에는 턱뼈가 부러졌을 때 이 시술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새로운 이론이 나와서 턱뼈가 부러진 경우 이를 묶는 과정이 없이 치료를 하는 것이 대세였고 당시 묶인 이로 인해서 부러진 턱뼈를 접합하는 수술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시술을 받는 경우 윗니와 아랫니를 묶어 입을 벌릴 수가 없게 되는데 이 때문에 대게 코로 음식물을 주입하게 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교통사고로 윗니 6개가 뽑히거나 부러져서 윗니와 아랫니를 고정시켰음에도 가운데 구멍이 뚫린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서 코로 음식물을 주입하는 대신에 액체 형태의 음식물을 빨대로 섭취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대부분의 모든 음식은 갈아서 섭취를 했는데 카레밥이나 콩나물 국밥 등도 갈아서 먹는 진귀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특별히 학교의 학부모들이 번갈아 가며 음식을 가져오기도 해서 병원에서 지내면서 큰 도움을 받은 감사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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