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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Dec 28.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6

연변처총회: 연변 처녀 총각 회의

2002년에 연변한국국제학교에서 초청교사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몇 번 참석한 모임이 있었다. 연변의 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모인 미혼 남녀들의 모임이었는데 사람들은 이 모임을 연변처총회라고 불렀다. 대부분 한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봉사차 연변에 체류 중인 사람들이었다.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이들은 밤에는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내 병실에서 함께 자며 나를 도와주었고 낮에는 여자들이 돌아가면서 병실에 들러 말동무도 해주고 음식도 가져다주었다. 


이 모임에 속해 있던, 당시 중국에 나보다 몇 해 전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분은 내가 머무르던 병실을 방문해서 병상에 누워 있는 나에게 수첩을 하나 보여주었다. 수첩에는 당시 연변에 있는 미혼 남녀들의 연락처가 있었고 그분은 특별히 미혼 여성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면서 퇴원을 하게 되면 소개를 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당시 머리에 붕대를 둘둘감은 내 모습을 떠올리며 실소를 했다. 내 형편이 아직 이런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사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나는 이상하게도 이제껏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퇴원 후 그는 나에게 그 수첩 속의 사람들을 소개해 준 적은 없지만 사실 지금의 아내는 그 수첩에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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