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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Dec 29.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7

귓바퀴 내의 출혈

교통사고 당시 몸의 여러 군데에 부상을 당했고 이들 부상과 함께 왼쪽의 귀도 찢어져서 봉합수술을 했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나고 귀가 레슬링 선수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귓바퀴 내에 출혈이 있고 이 피가 속에서 굳으면서 귀가 전체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중이었다.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다 은퇴 후 당시 연변에서 봉사차 일하시며 나를 담당했던 박사님은 귀를 그냥 그대로 두자고 했고 이비인후과 쪽에서 봉사를 하시던 의사 선생님은 고통스럽더라도 치료를 하자고 했다. 박사님은 귀가 좀 이상하게 생겨도 되지 않냐며 그대로 두자고 하셨고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사람의 귀가 그래서는 안된다며 치료를 주장하셨다. 당사자인 나는 당연히 치료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치료라는 것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통증을 수반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치료라고 하는 것이 귀의 윗부분을 절개해서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젤리형태로 변한 귓바퀴 속의 피를 짜 내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응고된 피가 잘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귀를 힘껏 빨래를 짜듯 비틀어야 했고 이에 수반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2-3일에 한 번 처총회에서 내 병실을 방문하는 친구가 이 일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내 귀에서 피를 짜기 전에 면수건을 내 입에 물렸다. 고통이 심해서 이를 세게 깨물면 이가 상할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통을 2주 정도 참은 뒤에 귀에 있던 대부분의 응고된 피를 빼낼 수가 있었다.


군대에서 유격, 혹한기를 두 번씩하고 원산폭격을 비롯한 다양한 얼차려를 경험한 나였지만 교통사고에 따른 육체적 고통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한 번의 교통사고는 몸의 여러군데 부상을 남겼고 척추의 압박골절은 내가 평생을 감당해야 할 그 부상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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