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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Dec 31. 2022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19

척추 압박골절, 아내와의 첫 만남

2002년 교통사고 직후 허리의 통증 때문에 앉고 일어서는 것, 걷는 것이 불가능했다. 엑스레이 결과 척추에 압박골절이 있단다. 이 부상 때문에 병원 침상에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 했고 소변은 요도에 튜브를 연결해서 해결했다. 부러져 어긋난 턱뼈 때문에 윗니와 아랫니를 철사로 고정하면서 음식을 씹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모든 음식을 갈아서 빨대로 마셨고 이 때문인지 사고의 후유증 때문인지 몇 주간 한 번도 대변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후에 교통사고 부상보다 더 큰,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고통을 화장실에서 겪어야 하기도 했다. 


사고 후 2주 정도가 지난 후부터 천천히 걷는 것부터 적응을 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긴 시간을 앉거나 걷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며 상태는 호전되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게 있지 않을 정도로 나아졌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집 뒷마당에서 텃밭에 쪼그려 앉아서 5분 이상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고 당시를 회상해 보면 이 정도로 회복되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의 아내가 병문안을 왔다.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란 아내는 당시 봉사 차 중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중국의 한 대학에서 학생 심리상담과 영어를 가르치던 그는 사고 이전에 처총회에서 두 번 정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몰랐던 그는 콩나물 국을 만들어 냄비째 들고 왔다. 손이 큰 편인지 한 10인분은 족히 되어 보였다.


턱이 부러져 머리통이 이만큼 부은 채로, 붕대를 머리 전체에 감아 눈과 입만 내어 놓은 채로, 허리의 통증 때문에 병상에서 앉지도 못한 채로, 윗니와 아랫니가 철사로 묶여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채로 병실로 찾아온 그 이와 처음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두서없이, 정신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국에서 가져온 카메라로 그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그 이는 다음 주쯤에 다시 한번 병실에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는 병실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병상에 누워 다음 주, 그가 다시 찾아올 날을 기다린다. 다음번에 다시 만나게 되면 앉아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허리의 통증이 좀 나야 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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