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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Jan 17.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22

기적이 찾아오다

2022년 5월 11일, 중국 연변에서의 교통사고 이후 왼쪽 턱뼈 골절로 윗니와 아랫니를 철사로 묶어서 입을 벌릴 수 없도록 고정된 상태로 40일이 지났을 때였다. 한국에서 온 턱관절 전문의가 며칠 전 연변에 도착해서  봉사를 하고 그날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비행기를 탄다는 소식을 연변복지병원의 의사가 들은 모양이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내 병실에 들를 시간이 안된다고 하는 것을 딱 30분만 내 병실에 와 달라고 간청을 했고 정말로 딱 30분만 병실에 오기로 했다. 병실에 온 그 전문의는 내가 치료를 받은 상태를 보고는 요즘에는 이렇게 치료하지 않는다며 40일간 묶어 놓은 철사를 다 풀라고 했고 턱뼈가 부러진 상태 그대로 입을 열었다 닫는 재활치료를 매일 하라고 했다. 그 의사 선생님은 20여분 정도 내 병실에 머무르면서 진단과 처방을 하고는 공항으로 떠났다.


40일 만에 윗니와 아랫니를 묶어 놨던 철사를 뽑고 턱을 벌리려고 하니 잘 벌어지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손가락 세 개를 세워서 입에 넣을 만큼 입이 벌어지는 것이 정상 범위인데 나는 당시 손가락 하나를 입에 넣을 만큼도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당시 손가락 하나를 넣을 만큼 입을 벌리는 것도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그 턱관절 전문의가 처방한 대로 나는 매일 턱을 벌리는 연습을 했고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지금은 손가락 세 개를 세워서 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정상적으로 턱을 벌릴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 골절된 왼쪽 턱뼈 때문인지 입을 벌릴 때마다 오른쪽 턱뼈에서 “딱” “딱” 소리가 난다. 아마도 왼쪽과 오른쪽의 턱뼈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오른쪽 턱뼈에서 나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사가 저절로 샘솟는다. 만약 그 당시 내가 그 턱관절 전문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가 비행기 시간 때문에 공항으로 가 버렸다면, 연변복지병원의 의사가 그를 내 병실로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나는 지금 숟가락을 입에 넣기 조차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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