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Educati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hwan Connor Jeon Jan 19.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23

교통사고 후 교실로의 첫 출근


교통사고 후 40일이 지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당시 연변한국국제학교 초청교사로 일하고 있던 나는 연변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나의 병간호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 계셨던 당시 교장 선생님은 나를 댁에서 함께 지낼 것을 권했다.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어서 학교로 돌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일단 교장선생님 댁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2002년 6월. 한국은 당시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다.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앉지도 못해 누워서 경기를 보았던 것이 생각난다. 


교장선생님 댁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는데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승합차 운전기사가 교장선생님 댁으로 찾아왔다. 나는 당시 사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지만 당시 운전자였던 승합차 기사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 따지고 싶다거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생계수단인 승합차를 폐차를 하고 어떻게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다. 철이 없었던 걸까. 당시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출근도 못하고 있어서 내 코가 석자인데 사고의 책임자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니.


일주일쯤 지났을까. 앉는 것은 힘들어도 허리에 브레이스를 하고 일어서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는 생각에 학교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오른쪽 턱 아래에서부터 왼쪽 귀 밑까지 찢어진 흉터가 걱정이다. 당시 맡고 있던 4학년 학생들이 너무 놀라지는 않을는지. 다행히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수염이 어느 정도는 이 흉터를 덮어 주었다. 이때부터였다. 지금도 기르고 있는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때가. 


한 달이 넘도록 교실을 비웠다가 교실에 다시 돌아가려니 마음이 이상했다.  마치 서울에서 발령을 받아 첫 출근을 했던 그때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