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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Jan 31.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27

휴직과 퇴직 사이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치렀다. 서울교대 졸업생들은 가산점을 얻어서 합격에 훨씬 유리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당시는 교사임용이 많이 늘어난 해여서 서울교대 졸업생들을 제하고도 어느 정도 선발에 여유가 있는 수준이었다.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서울의 한 공립학교에 발령을 받고 근무를 하면서 나는 교직의 나의 천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본 처음 순간부터 매우 행복하고 만족했다. 매일매일이 즐거웠고 새로웠다.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내가 좋은 교사가 된다거나 학생들이 잘 배운다는 필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교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휴직을 하고 미국에서 살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런 마음으로 찾아가서 만난 장학사는 나에게 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휴직은 정해진 이유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나는 그러한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러한 규칙들은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내가 보기엔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휴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내가 부산교육대학교를 나와서 그런 건가?


서울로 발령을 받은 지 두 번째 해에 부산교육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인 차별을 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학교 정보연구부장의 추천으로 교육청 컴퓨터/인터넷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수업 후에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청 내의 교사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연수를 교육청에서 실시하였다. 교육청의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거니와 부수입도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난 뒤 정보연구부장은 더 이상 나에게 이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서울교대의 선배들이 나에게 이런 업무를 주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승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서울교대 출신 교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제 막 발령 2년 차인, 승진에는 관심도 없는 나에게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니라고 일을 주지 말라니. 


당시의 경험은 오랫동안 문득문득 떠올라 찝찝한 기분을 상기시켜 주었다. 학연, 지연으로 인한 차별의 경험은 교직을 내려놓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 주는 모양새다. 교사로 발령받은 지 5년 만에 퇴직을 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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