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다리를 불사르고 …
휴직은 불가하다는 장학사의 말에 괜히 쿨 해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매달리고 싶지 않았고 애원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다고. 퇴직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 교육청을 나섰다. 내가 제정신인지. 지금의 나에게 같은 선택이 주어진다면 절대 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는 철이 없었고 생각이 없었다. 경험도 부족했다. 이 결정에 내 인생에 미칠 후폭풍 같은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나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행복하고 안정된 교직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미국에 들어와서 이제껏 밟아온 여정중 어느 것 하나라도 잘못되었더라면 많은 이민자들이 이 땅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것처럼 나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한국에서 교직을 떠나는 결정은 미국에서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불쑥불쑥 한국의 교단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나버린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돌아갈 다리를 불살라 버리지 않았다면 현재의 내가 없음을 알기에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힘든 당시에는 보장된 미래가 없었기에 그저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니 여러 사람이 묻는다. 가서 뭐 먹고 살 거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었으므로 당연히 미국에서도 교사를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서른 살에 미국땅을 처음 밟아 보는 내가 과연 생각대로 될지는 나 자신도 몰랐다.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2004년 봄, 나는 미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