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대학교와 미국 교사 양성과정
미국에서 교사를 하기 위해서는 자격증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한국과 중국 국제학교에서의 경력으로 임시 미국 교사자격증을 얻을 수는 있었다. 단, 몇 년 이내에 교사 양성코스를 마치고 정규교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전제가 있었다. 사실 임시교사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는 곧 취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공석이 있는 학교를 찾아 학교장, 교사 및 여러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과한 후 시범수업을 다른 구직자들과 경쟁해서 선발되어야 하는 과정이어서 미국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주교 육국에서 발행한 임시교사자격증은 당시 나에게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당시 당장 직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식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알아본 결과 당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CSUN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아내는 일을 하고 집에는 조기유학 학생들을 위해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던 터라 학생들을 돌보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여야 했다. 다행히 CSUN에 연방정부 장학금을 운용하는 Dr. Park교수님을 알게 되어 교사자격증 취득과정을 전액 장학금으로 마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교사자격증 취득 과정은 한국의 교육대학교와는 매우 달랐다. 한국의 교육대학교들은 앞으로 가르치게 될 과목들이 대한 "실제"를 연습하는데 집중이 되어 있다고 하면 미국의 교원양성과정은 교수법의 이론과 적용에 강조점이 있었다. 특별히 이민자가 많은 미국에서 이들 자녀들이 겪는 언어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과정의 많은 부분이 언어교육에 할애되어 있다. 이 과정을 시작한 모든 학생은 1년 정도 student teaching (교생실습)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master teacher과 함께 1년을 보내면서 실제 교사의 생활은 물론 교수의 준비와 실제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학생이 일 년 동안 한 학년에만 머무르는 것이나 master teacher의 역량에 따라 교사 양성교육의 질이 많이 좌우되는 단점은 있으나 짧지 않은 기간과 실제 교사의 업무를 직접 체험해 보는 점은 장점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20년 전 필자가 경험했던 것은 매우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교육대학 4년 동안 피아노, 바느질부터 앞구르기와 요리실습 까지 해야 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곳의 교사 양성과정은 매우 쉽고 간단했다. 수업은 기본적으로 절대평가에다 교수들 대부분은 학점에 인색하지 않아 한국에서 처럼 새벽 네 시부터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한 전쟁은 하지 않아도 됐었다. 많은 예비교사들은 수료 이전부터 임시교사로 일을 시작하거나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미국 교사 양성 과정의 대부분은 언어교육과 이를 위한 교수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언어, 수학, 사회, 과학 이외의 과목들은 실제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장학금 외에 또 다행스러운 점을 든다면 한국과 중국 국제에서의 교사 경력을 인정해 주어서 몇몇 과목과 필수과정은 이수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간과 노력을 꽤 절약할 수 있었다. 이 경력들은 임용과정의 호봉에도 반영되었다.
필자는 교사 연수를 신뢰하지 않는다. 고장 난 컴퓨터는 부품을 교체하면 되지만 이미 발령받은 자격미달의 교사들이 능력과 열정을 갖게 하는 일은 연수나 경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미국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교사 양성과정부터, 선발, 평가까지 잘 설계된 시스템에 있다. 이는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다. 잘못 선발된 교사들과 보내는 학생들의 일 년은 그들의 삶에 치명적이다. 다음 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교사 양성 및 선발 시스템이 가진 장단점들을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