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와 시범수업
이전 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등 교직과정을 시작하고 마치는 것은 미국보다 한국이 쉽다. 이 점에서는 중등 교직과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미국의 경우 학부를 마친 경우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 한국과 같이 치열한 경쟁도 필요 없다. 모든 과정은 절대평가이고 교수들도 해당 프로그램의 예비교사들이 과정을 잘 수료하는 데 있어 매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편이다.
교사자격증 취득이 쉬운 것과 반해 실제 임용과정은 한국과 매우 다르다. 한국의 경우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임용고시를 통과하면 교육청이 발령을 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미국은 교사자격증 취득 이전부터 보조교사, 기간제 교사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험과 관계를 바탕으로 학교에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비교사는 본인이 일하고 싶은 교육국에 직접 등록을 해야 하고 교육국에서 충원이 필요한 학교가 생기면 등록한 예비교사에게 연락을 주게 된다. 이 연락을 받으면 예비교사는 해당 학교에서 주관하는 인터뷰를 거치는데 이 인터뷰에는 대개 교장, 교육국 관련자, 교사들이 참여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 학교에서는 지원자가 학교에 필요한 인재 인지를 검증하게 된다. 미국의 학교들은 지역사회 구성원이나 문화가 지역에 따라 다르고 학교마다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교육목표가 다양해서 이에 부합하는 교사를 선발 함에 있어 인터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다문화가정이 늘어가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은 단일 문화가 대부분인 한국사회에서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도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증가, 이에 따른 지역사회의 변화는 앞으로 인터뷰와 같은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와 학교가 필요로 하는 교사들을 선택적으로 선발하여 그 특수한 요구들을 돕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인터뷰를 통과하면 적지 않은 학교에서 시범수업을 요구하는데 이 경우 여러 명의 예비교사들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실제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이력서와 단편적일 수 있는 인터뷰 과정에서 볼 수 없는, 교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교수-학습 현장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시범 수업을 통과하게 되면 학교는 교육국으로 임용을 요청하게 되고 이 예비교사는 비로소 교단에 서게 된다.
학교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 미국에서는 한 학년을 담당하면 좀처럼 다른 학년으로 바꾸지 않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한 학년을 5년은 해야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괜찮은 제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필자도 유치부-2학년을 전담으로 6년간 일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학년 학생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교과과정과 학년 간의 연계 등을 보다 깊이 체득하게 되었다.
4년 또는 5년마다 학교를 바꾸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교직원, 교장과의 갈등이 아니라면 이사 등과 같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학교를 잘 바꾸지 않는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면 해당 학교와 인터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합격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직원과 일해야 하는 부담도 있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교사들을 보면서 교직을 대하는 이곳의 교사들의 자세는 한국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교직을 처음 시작하는 연령 또한 다양해서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은 물론 다른 직업을 거쳐 30대나 40대에 교직에 첫 발을 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