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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Oct 06. 2015

미국 교사의 출근, 퇴근, 결근, 조퇴

미국 교사들의 근무

미국에서 지내면서 사회가 다른 만큼 교직의 근무환경이나 이를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사회에서 교육받고 자랐기 때문인지 군복무의 후유증인지 '안되면 되게 하라' 든가 '까라면 깐다' 등과 같이 전투적인 생활태도에 길들여져 나로서는 미국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근무를 한 단어로  묘사하라고 하면 "자율"이라고 말할 것이다. 알아서 하고 그 행위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출근은 오전 7시 30분, 수업 종료는 2시 30분, 퇴근은 오후 2시  45분이다. 7시 30분 이후에 출근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2시 45분 이후에 퇴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확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출근을 기록하는 장부가 있긴 하나 이는 장부 정리를 위해 사무실에서 업무상 기입하는 것일 뿐 매일 출퇴근이나 지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출근시간 정각에 교감선생님이 장부를 가지고 가서 지각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부작용도 있다. 출근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았던 신임 교사는 한 2-3개월 정도 근무 후에 해임이 되기도 했다. 교장은 이 교사가 제시간에 도착을 하는지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교사가 지각을 하면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통해, 동료 교사를 통해 교장의 귀에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의 해임은 한국과 같이 미국에서도 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가 교사의 임용과 해임이 비교적 유연한 PILOT  school이라는 점과 해당 교사가 신규발령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 교사를 제외하면  그분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 학교 교사가 수업에 지각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퇴근은 오후 2시 45분인데, 주로 교사들은 3시에서 4시 사이에 퇴근을 하는 편이다. 필자가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수업 준비 때문에 매일 오후 6시나 7시에 퇴근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지금은 같은 학년들을 몇 해 연속으로  담당하면서 여유가 좀 생긴 편이다. 대학원이 있는 수요일은 오후 2시 45분에, 그 외의의 날들은 회의 유무나 추가 업무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조퇴는 주로 전화로 교장에게 전화로 통보를 하고 그 교사의 학생들은 같은 학년의 다른 반들에게  보내어진다. 교장에게 조퇴의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조퇴를 요청할 할 정도라면 그 이유라는 것들 또한 개인적이고 급한 것들이므로 이를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들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결근은 교장이나 교감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이유는 기간제 교사를 운영하는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주로 교감이 결근교사들의 교실을 맡아줄 기간제 교사를 섭외해야 하므로 교감, 또는 교장에게 결근여부를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LAUSD 교육구의 경우 결근을 하는 교사가 직접 기간제 교사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에 접속하여 본인의 학급을 위한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 한다. 결근을 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다음날 어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수업계획서를 교실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결근 이후에는 결근계를 사무실 스텝에게 제출하고 이는 교장의 결재를 받게 된다.


필자가 이용하는 고속도로의 퇴근길 교통 혼잡은 오후 3시면  시작되고 저녁 6시가 되도록 이어진다. 퇴근길 혼잡이 없으면 집까지 50분, 차가 막히면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4시 경에 집에 도착해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름 날 수업 준비나 맡은 업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일찍, 절반 정도는 다소 늦게 교실에서 나온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에게 자율을 주고 신뢰를 주었을 때 그 조직은, 그 속의 개인은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 교사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수의 업무는 물론 다른 과중한 업무들을 그대로 둔 채 창조적이기를, 생산적이기를 요구한다면 헌신적인 교사들은 업무 이외의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많은 교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도 어렵다. 현재를 살아가는 교사들이 과거의 방법을 통해 미래 세대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교사들에게 근무 시간 중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러한 방법들을 서로 토론 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학교 내, 외의 교육 전문가들이 학교 현장, 교사들과  연계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와 자산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 또한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차피 교육이라는 것은 부모들 만의 몫도, 교사들 만의 몫도 아닌 그들 모두가 발을 딛고 사는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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