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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Oct 06. 2015

미국 교사 연봉

미국 교사들은 투잡을 뛴다던데...

한국에서 교직에 있으면서 미국 교사들의 생활에 대해 간간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미국 교사들은 박봉에 시달린다더라. 월급이 모자라서 퇴근 후에 식당 같은 곳에서 투잡을 뛰어야 한다더라. 미국은  교사 되기가 엄청 쉽다더라. 방학에는 월급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 직접 그 자리에 있어보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들었으니 그냥 그렇게 카더라며 전달했던 기억. 직접 미국에 와서 교직에 몸담아 보니 그 당시 들었던 이야기들이 사실 일수도,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한 연설에서 한국의 교사들은 의사만큼 봉급을 받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요즘 한국의 교사들은 의사만큼 돈을 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서 교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월급이 적은 달의 경우 100만 원이 채 안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새 많은 변화가 있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교사들이 금전적 보상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  (LAUSD)는 급여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https://www.lausd.org/cms/lib/CA01000043/Centricity/domain/280/salary%20tables/T_Table_JulDec2023.pdf


1부터 10까지 표시되어 있는 첫 번째 줄은 근무기간을 나타내고 20부터 27까지로 표시되어 있는 첫 번째 칸의 행들은 연수 점수를 가리킨다. 같은 근무 기간을 지닌 교사라 할지라도 연봉의 차이가 적게는 연간 $4000 정도부터 $23,000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싶다면 각종 연수를 비롯해 석사, 박사 등의 학위를 통해 더 높은 포인트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자가 연수 개념인데 교사 스스로 연수를 선택하고 수강하도록 독려하는 방법인 셈이다. 교사들은 사설기관이나 대학에서 교육국의 포인트로 인정되는 강의들을 온, 오프라인으로 수강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미국 교직 10년 차의 교사가 모든 포인트를 다 모았을 때의 연봉은 1억이 넘는 $98,467 정도인데 이를 박봉이라 부를지, 이것이 부족해서 퇴근 후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방과 후 추가 학습 지도를 하거나 기타 다양한 추가 업무를 맡을 경우 추가로 수당을 받을 수도 있고 14년 차에 이르면 기본 연봉이 $100,242에 달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튜터 등의 시간 외 수당, 부장 수당,  여름학기 수업 등을 더하면 $15,000 이상도 추가 수입이 가능했다. 이는 원화로 1억 5천만원이다. (달러당 1300원 기준) 캘리포니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교육구도 많다.


물론, 어떤 교사들은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 정규 발령이 나지 않은 기간제 교사라서 봉급이 적을 수도 있고, 가뜩이나 월세도 비싼 미국에서 혼자 일을 해서 여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거나 예기치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거나 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필자를 비롯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교사가 투잡을 뛰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본인이 원해서 교직 이외의 사업을 운영하는데 참여를 하거나 과외나 학원교사로 일하는 경우는 여럿 보았다. 미국 교사들은 교직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주마다 교사들의 봉급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에 비해서 급여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미국 교사들의 급여가 낮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사가 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간과 비용에 비해 받는 금전적 보상이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서 낮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사 졸업 이후에 최소 2년이 소요되는 교사자격증 취득과정을 따로 수료해야 하므로 더 높은 보상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비슷한 학위를 요구하는 직업군과 비교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미국 교사들이 학교에서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들도 교직에 대한 좋은 평판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교직은 통계상으로도 매우 어려운 직종으로 분류되곤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장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한국은 이미 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을 교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은 물론이고 교사에 대한 긍정적 사회적 인식이나 나쁘지 않은 근무조건, 퇴직 이후에 보장되어 있는 금전적인 이득도 우수한 인재들을 교직으로 이끄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사들은 충분한 보상은 받아야 한다. 이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일이 사회와 학생 개인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교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연히 나의 자식이 좋은 교사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인물이 썩듯 제대로 된 지원도, 평가도 없이 한 자리에 고여 썩은 물이 되어버린 교사들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열심히 일한 교사가 제대로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하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들의 초심이 썩지 않고 맑은 마음으로 끝까지 뛰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학교의 예산을 대충 나눠먹는 것은 이 선한 의도를 무시하는 매우 파렴치한 행위이다. 사회는 합리적인 잣대로 어떻게 평가하고  제도화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피 같은 국민의 세금이니 치열하게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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