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할 수 없는 일, 교육감은 할 수 있을까
미국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업적,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을 경우 SDC (Special Day Class)라고 불리는 반으로 보내어진다. 미국에서의 내 첫 직장은 이 SDC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고학년 SDC 반을 맡고 있었던 담임 M은 학생들을 감당할 수 있는 자질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운 교실 속에서 매일을 보내고 있었고 나는 이 아이들을 그 혼란한 교실에 두는 것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생각했다.
나는 M의 학급 운영이 얼마나 엉망인지 종이 10장 정도로 정리를 해서 교장을 만났다. 교장은 이미 M의 교실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는 달리 미국의 교직원들은 일정 기간 이상 근무를 하면 tenure라고 해서 이들은 해고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제도가 있다. 교직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보곤 한다. 특별히 미국의 교사노조는 매우 강력해서 문제가 있는 교사를 충분히 징계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기도 한다. 현재 나도 교사노조의 노조원이지만 문제가 있는 교사들까지 보호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사 개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 교사에게 막대한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삶 또한 교사의 삶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M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게으르다거나 학급운영을 잘 못한다는 어쩌면 주관적일 수 있는 이유들로 M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내가 정리한 10장의 문서에는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다수 포함을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은 다루기가 까다롭고 그 절차가 매우 오래 걸리는 것이어서 몇 개월 뒤에 정기 인사이동을 앞둔 교장은 이 일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나는 교장 선생님 선에서 처리를 못할 거라면 교육청의 교육장을 만날 것이라고 했고 그는 그것에 동의를 했다. 교육장은 한국의 교육감과 비슷한 직책이다.
나는 교육청의 교육장에게 전화를 했다. 더듬거리는 영어로 내가 전화한 이유를 설명을 했고 내가 정리한 10장짜리 문서를 보내겠다고 했더니 그는 직접 만나자고 했다. 일을 시작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보조교사를 만나 보겠다고 한 교육감이 달리 보였다. 교육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어쩌면 이 SDC 학생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