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오후 간식 이렇게 세끼를 준비해 준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이라 title I 이라 불리우는 연방정부의 지원 덕분에 모든 학생들은 이 세끼를 모두 무료로 먹는다. 점심과 간식을 집에서 직접 싸와도 된다. 사실 점심 한 끼에 2불-3불 정도 하는 밥값이 그렇게 부담되는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위와 같은 이유로 모든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무상급식 대상자다.
바쁜 아침에, 이제 눈을 떠 겨우 정신 차린 아이들에게 학교에 8시 까지 밥을 먹여 보낸다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특별히 맞벌이가 많은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모들의 출근과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맞추는 것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일단 교실에 들어와서 아침식사시간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둘러 앉아 아침을 먹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렇게도 밝아 보인다. 그저 그렇게 웃으며, 재잘 거리며 아침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 수업을 시작하는 교사로서는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부담은 덜어지니 한결 편안하다고나 할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아침식사에 부모들은 아침의 여유를,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할 에너지를 얻고 친구들과의 행복한 시간은 덤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밥에 이런 저런 토를 달 이유도 없다. 급식은 밥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