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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Nov 05. 2015

열린교육

교실을 여는 것이 열린교육의 첫걸음

18년전 서울에서 교직을 시작하면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가 열린교육이었다. 대학생 시절에 접하기 시작한 이 용어는 이전에 접해왔던 교육관련 용어들과는 달리 새롭고 가깝게 느껴졌다. 말 자체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 이기도 하거니와 순 한글로 되어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열린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서적들이 발간되었고 이를 다룬 다양한 간행물이 발간 되었다. 이러한 출판물들은 대부분 다양한 교수법을 다룬 것들로 일반적으로 행해져 온 일괄적이고 전체적인 수업방식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접근법들을 단지 기존의 것과 다르고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과연 이 교수법이 기존의 것과 비교해서 더 나은 교육효과가 있는지, 지속성이나 적용 가능성, 유연성 등도 고려해야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책을 학교에 적용하려면 기존 교사들로부터 얼만큼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냐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당시 열린교육이 얼만큼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이에 따른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교직 1년차, 교실의 닫혀있는 창문과 교실문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열린교육의 첫 걸음은 열린 창문, 열린 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완벽한 교사도 없다. 교사들 역시도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야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다른 모든 사람들 처럼 무거운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하는, 연약한 육체를 입은 한 개인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닫힌 교실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이해할 수도, 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이해할 수도 없다.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 자신을 위해서도 교실을, 마음을 여는 것이 열린 교육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단일민족 대한민국에서 암기위주 일제교육에 충실했던 필자는 한국에서 교사로 일 하면서 엶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중요성을 보지 못했다. 내 교실을 여는 것이 생소했고, 감시당히는 느낌이 싫었다. 나의 나태함이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숨길수록, 숨을 수록 장점이 빛나기 보다는 단점이 더 커지는 느낌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일까.


미국 학교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내 교실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버렸다는 것이었다. 교장은 물론, 학부모나 학교 밖 많은 방문자들도 언제든지 수업중에 들어오곤 했다. 소위 한국에서 해 보았던 장학수업이나 시범수업 처럼 미리 예행(?) 연습을 하고 척(?)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내 교실을 방문할 수 있다는 악몽같던 현실은 어느새 나 자신을 언제든지 교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물론 학생들이다. 강제로 열려 버린 내 교실의 문은 학생들에게 보다 잘 준비된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물론, 나의 단점으로 스스로를 더 깊숙히 밀어버리는, 단절에서 오는 악순환으로 부터 나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미국 교실의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를 열지 않고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토록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진지한 엶이 없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하고 보면 한국의 교실도 같은 인종으로 구성되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삶은 다른 인종과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간극만큼이나 다양한 개인에 다름 아니다. 이토록 다양한 아이들을 알려 하지 않고 그렇게도 건조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에 무뎌진 교사의 하루는 어쩌면 닫혀버린, 닫아버린 교실의 휴유증일 것이다. 교사의 편안함, 불안함과 바꾸어 버린.


교단 앞에서 학생들에게 "오늘 우리 몇 쪽이지?" 라고 묻는 교사에게 어떤 양질의 수업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열어야 한다. 열린 교실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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