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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Mar 14. 2016

미국 학교의 학부모 상담

그래도 성장할 아이들

아이가 성인으로 커가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이자 기적이다. 교사로 일한다는 것은 이 기적의 순간들을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고 감격적이기 까지 하다. 한 아이가 말을 처음 시작할 때나 첫걸음을 시작하는 순간뿐 아니라 이 작은 기적들은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계속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기적이 생기는 빈도도 잦아들고 부모들마저도 이러한 기적들을 기적으로 여겨 주지도 않지만 말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이 이루어내는 인생의 작은 성취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감하고 이를 함께 기뻐하는 존재들이다.


봄방학을 앞두고 미국의 학교들은 Parent Conference로 불리는 학부모 상담이 한창이다. 학부모 상담 기간 동안 학교는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부모들과 학생들이 교사와 성적표나 교우관계들에 대해 상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간 학부모 상담이 이어지지만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으로 정해진 상담 시간을 넘기기가 일쑤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는 이 Parent Conference를 Celebration of Learning이라고 부르는데 학생주도의 학부모 상담 (Students Lead Conference)을 지향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과 행동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는 방식에 비해 Celebration of Learning은 학생들이 해당 학기 동안의 배움에 대해 자신의 부모에게 발표를 하거나 포트폴리오 등을 설명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자주적이고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저학년 학생들은 짧은 동화책 읽기나 두자릿수 계산, 또는 서툴게 완성한 종이접기 등을 부모에게 보여주며 본인이 이룬 작은 성취들을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나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은 이민자가 많고 경제적, 사회적인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가정이 많은 곳이라 학업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 올해는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부모들과의 상담은 쉽지 않다. 개 가정의 어려운 가정상황을 듣고 자녀양육의 경험이나 정보, 의지, 또는 시스템의 부재를 돕고자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조언이 아이들에게 얼마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 수준의 한국 부모들과 달리 자녀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잘 모르는 부모들. 이들의 자녀들은 십 년 후 동일한 나라의,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의 학생들과 경쟁하게 된다. 이 아이들의 현재의 부족을 메우는 거대한 일이 교사들의 손에 주어져 있는 현실은 필자를 자극 하기도, 때로는 이에 압도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입을 벌려도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는 먹이. 부모 새가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둥지 속의 아기 새에게 제 때, 제대로 날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 하다. 그 사회는 너무나 비정하다. 물질이 넘치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바라보는 빈곤은 단순히 없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림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웃고,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교사로서 너무나도 뚜렷한 능력의 한계를 보는 나는 그들의 아름다운, 불가사의한 생명력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잠 재력에 큰 겸손으로 눈물 어린 감사를 표한다. 2015-2016학년도 두 번째 학부모 상담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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