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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Jan 22. 2019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드디어 그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감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몇가지를 먼저 밝히자면, 우선은 내가 퀸을 별로 안 좋아하고(안 좋아한다기보다는 아예 관심이 없고), 음악 영화 또한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며, 전기영화나 시대극(7080을 시대극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역시 썩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볼 때는 나쁘지 않았다. 말하자면 어떤 이들처럼 서사가 납작하다느니, 퀸의 생애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느니 뭐 이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반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너무나 좋았다는 일반적인 평과는 다르게 큰 감명 또한 받지 못했는데, 그건 앞서 이야기한 개인적인 취향 탓이 클 것이다. 아마도.

영화는 뒤늦게 봤지만 그 전부터 감상평은 본의 아니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꽤 많이 읽었고, 극 중 메리와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는 말들이 있어서 궁금했었다. 보고 나니 알겠다. 메리와의 관계를 진정한 소울 메이트라고 해석하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소울 메이트라기 보다는 그냥 엄마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성적인 욕구는 없지만 감정적 정서적으로 기대고 싶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공감받고 자신을 (거의) 일방적으로 감싸안고 보듬어주었으면 하는 사람, 그게 엄마지 뭐야.

물론 극중에서 생물학적인 어머니가 존재하지만, 게다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지만, 유아기일 때 어머니와 맺었던 관계를 성인이 되어 타인에게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 아티스트로서 프레디 머큐리, 음악으로서 퀸, 을 떠나서 한 명의 인물로서 극중 프레디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게다가 옛날에 잠깐 사귀었다가 금방 차버렸던 구남친에게 병들고 쇠약해진 다음에 다시 연락하는 행태는 무엇이냐!!! 본인은 그동안 어린 애들 끼고 실컷 놀다가!!! 하면서 또 영화보다 말고 쓸데없는 부분에서 감정이입해버렸는데..... 그러고보니 <캐롤> 보면서도 캐롤의 이기적인 행태에 빡쳤었던 기억이.

하여간 이런 생각을 하며 같이 보던 남편에게 말했다.

“정말 이기적이다. 본인은 즐길 거 다 즐기면서도 메리한테 자기 옆에 계속 있어달라고 하고. 참 그러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 예술가들 중에 저런 사람이 많더라고. 이기적이고 너무 섬세하고 예민하고 자기가 자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

남편은 동의한다는 듯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게!! 정말 매너 없다!!!! 영국 사람이 매너가 있어야지!!!”

.....아니 여기서 갑자기 매너가 왜........

+)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 수만명 관객 사이에 어떤 여자가 무등 타고 있는 거 보고 또 집중 안되어서 혼났음. 뒷사람 어쩌라고 지 혼자 잘 보겠다고 무등 타고 있어? 미친 거 아냐? 하고 욕했더니 남편이 컴퓨터 그래픽 보고 흥분하지 말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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