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버즈소>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직접 만든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뭔가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지만 어딘가 애매한 느낌이 있다. <옥자>도 그렇고 <버드박스>도 그렇고, 이것이 카메라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넷플릭스 내부의 제작 방침 때문인지 배우들(주연 1명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B급 혹은 한물간 배우들이 출연)의 연기력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웰메이드라고 해주기도 어렵다. 그나마도 옥자나 버드박스는 많이 양호한 편이고 전에 봤던 이름도 까먹은 영화들은 아주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벨벳 버즈소>를 챙겨본 것은 제이크 질렌할 때문이었다. 연기력도 훌륭하고 작품도 잘 고르는 편이라 출연작 대부분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나이트 크롤러> 감독이라고 하고. <벨벳 버즈소>는 미국 현대 미술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일종의 공포영화이다. 엑소시스트나 데스티네이션 혹은 스크림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환상특급> 혹은 <서프라이즈> 느낌.
내용은 스포가 될 테니 생략하고,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보면 아마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미술계의 허위의식과 위선, 스타작가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 평론가와 작가와의 갈등과 같이 내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패션이나 가구, 미술작품 등 볼거리도 화려하다. 다만 엄청 흥미진진하던 초반부에 비해 역시나 뒤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다소 유치하거나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여주인공(르네 루소 말고)이 연기를 너무 못한다. 물론 제이크 질렌할은 아주 훌륭했지만.
이런 유의 공포영화 혹은 소설을 자주 접하는 편인데, 보다 보면 공포에 대한 코드도 나라별로 꽤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미국의 경우 주로 사이코패스나 악마(사탄) 등이 원인이다. 멀쩡하던 가장이 갑자기 미쳐 날뛰다가 온 가족을 몰살한다든지, 옆집 여자가 악마를 숭배해서 제물로 바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희생시킨다든지. 이때 악마나 어떤 악의 기운은 주로 책이나 인형, 그림 등 어떤 사물에 깃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불에 태우거나 칼로 찢어도 안 없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사탄의 인형은 뭐 트럭에 깔려도 살아나더만. 나중에 결혼까지 하고.
한국의 경우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이 원인이다. 억울하거나 분한 일을 당해서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며 복수를 하는. 사실 미국보다는 해피엔딩이 많은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원한만 풀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귀신들도 사리판단을 하는지 자기 괴롭힌 사람 골라서 죽이고 잘 대해준 사람은 봐주는 경우가 많다. 주로 죽은 이의 명복을 빌어주며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공포영화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생긴 거는 한국 귀신들이랑 비슷한데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해서 아무나 막 죽인다. 보다 보면 따져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 사람들이 뭘 잘못했냐고. 꼭 그렇게 다 죽여버려야만 속이 시원했냐!!! 원한이 없으니 해결도 못하고 귀신을 없앨 수도 없다. 평생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괴롭힌다.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지 뭐... 사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문화나 역사적인 데서 발생하는 것일 텐데, 일본의 경우 불안한 자연환경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 하여간 귀신에게 뭘 바라나 싶지만 정말 악질적인 양심리스 귀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