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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May 19. 2019

서평의 의미

<서평 쓰는 법>

브런치에 올린 글을 세어보았다. 모두 178편, 그중에서 서평이 126편. 작년 가을부터 올리기 시작했으니 기간 대비 꽤나 부지런히 쓴 셈이다. 요즘은 쓰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쓸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읽고 싶어서 예전처럼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하여간 여러 권의 서평을 한 글에 합친 경우도 있고,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것들도 있고, 다해서 대략 200~300여 권 책의 서평을 쓰지 않았나 싶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신기한 행위처럼 느껴질 것이다. 시간도 들고, 품도 들고, 그렇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쓰는지. 실은 말 그대로 자기만족이 가장 크다. 좋으니까 쓰고, 쓰고 싶어서 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그 마음은 스스로를 위한 것과, 타인을 위한 것으로 나뉜다. 아무리 재미있게 읽은 글이라도 대개는 책장을 덮은 뒤 순식간에 휘발되어버리므로 스스로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쓴다. 한편으로는 좋은 책은 더 많이 읽히고, 나쁜 책은 이 이상 팔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들을 위해 쓴다.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서평이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의 차원이므로 항상 대충 쓴다. 열심인 동시에 대충이라니 좀 아이러니하지만, 이때의 대충은 어떤 규칙이나 형식 없이,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쓰고 싶은 대로 마구 쓴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서평 쓰는 법>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호기심이 들었다. 서평 쓰는 법이 따로 있어?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냐? 책을 읽은 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평 쓰는 법은 따로 있다. 물론 그냥 써도 되긴 하지만 그럴 경우 서평이 아닌 독후감이 될 확률이 있고, 서평이되 좋지 않은 서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평이 곧 독후감이 아니냐고? 그렇다면 우선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보자.
 
책에서는 서평과 독후감을 명확히 구분한다.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이고,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이라고 말한다. 독후감이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독자가 느낀 감상을 적은 개인적인 글이라면,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를 적은 공개적인 글이라는 점이 다르다. 물론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의 경우 서평이라도 정서적인 내용(감정이입)과 개인적인 소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번 딱 떨어지게 구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에세이와 논술이 다른 것처럼 글의 형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서평의 목적은 최우선으로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다. 독후감이 일기나 에세이처럼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라면 서평은 남들에게 해당 책을 읽게 만들거나, 혹은 읽지 않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쓴다. 즉 설득하는 글인 것. 무조건 감정에 호소해서도 안되고, 개인의 느낌만을 강조해서도 안된다. 누구나 읽고서 동의가 될 만큼 논리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책에서는 우선 잘 읽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충 읽은 글에 대한 서평을 쓸 수는 없다. 물론 쓸 수는 있으나, 잘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글인 만큼 책의 요지를 파악해야 하고, 강점과 약점 역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잘 읽기 위해서는 책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고, 목차와 서문을 통해 전체 구조를 파악한 뒤, 본문을 정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호기심에 별 기대 없이 집어 든 책이었는데 이처럼 읽기와 쓰기에 관한 총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책이라 상당히 놀라웠다. 제목은 비록 <서평 쓰는 법>이지만, 같은 선상에서 <글 잘 쓰는 법>, <책 잘 읽는 법>, 또는 <공부 잘하는 법>이라고 해도 통할법한 이야기들이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읽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사유를 거치며 그렇게 얻어낸 어떤 통찰을 말과 글을 통해 남에게 전달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물론 <서평 쓰는 법>인 만큼 당연히 서평 쓰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도 등장한다. 이를테면 서평은 요약과 평가라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각각 한 문장으로 축약될 수 있는 균형 잡힌 문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서평은 본질상 서비스이므로 가능한 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쓰는 편이 좋다는 것(즉 자기 과시를 위한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반복된 퇴고를 거쳐야 한다는 것. 마치 대학교 1학년 필수교양인 <국어와 작문> 수업을 다시 듣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배웠음에도 잊고 지냈던 것들이라 스스로를 위한 점검에도 도움이 되었다.
 
사이즈도 작고 상당히 콤팩트한 책인데, 서평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할 내용이었다. 읽기와 공부는 물론,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인터넷 서점 독자후기에는 누구나 할만한 뻔한 소리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던데 뻔한 소리라도 이렇게 간결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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