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야기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승혜 Aug 28. 2019

사랑하는 마음

남편이 오늘부터 일주일간 출장이다. 아빠가 없는 날은 첫째랑 둘째랑 다 같이 한 방에서 잔다. 이제 애들이 제법 커진 데다가 밤새 자면서 여기저기 몸을 치대는 통에 이렇게 자는 날은 다음날 아침이면 온몸이 아프다. 여행 가서도 다 같이 자느라 몸에 담이 걸렸다.

7살이 되면서 낮잠을 자지 않는 첫째는 누우면 거의 곧바로 잠이 든다. 오늘도 자기 싫다 어떻다 투덜대더니 머리를 대자마자 곧 코를 골기 시작했다. 둘째는 그렇게 잠든 오빠 곁에 누워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조용히 하라고 해도 끄떡 않았다. 요즘 나비야 동요에 한창 재미가 들렸는데, 같은 노래를 이상한 음정으로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가사를 틀리지 않고 외우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도 같다.

문득 혀 짧은 소리로 발음하는 그 이상한 노래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찍고 싶었지만 그러면 멈출 것이 뻔하고 결국 그냥 눈으로 보면서 듣는 수밖에 없었는데, 다시는 이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게 왠지 슬퍼졌다. 물론 요즘 매일같이 반복하는 노래이니 어쩌면 내일 또 같은 노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일의 아이는 오늘의 아이와는 또 다르고,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은 아니니까.

오늘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는 길에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 예전에 몇 번 같이 간 적도 있었지만 한 명이면 몰라도 둘을 같이 데리고 갔더니 숨바꼭질을 하고 하도 난리를 쳐서 오늘은 잠시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어차피 반납만 하고 오면 돼서 금방이었다. 첫째에게 핸드폰 쥐어주면서 동생하고 같이 보고 있으라고 이야기하고 5분 만에 후다닥 다녀왔는데 주차장으로 달려오는 길에서부터 엄청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차 문을 열었더니 핸드폰 보는 첫째 옆에서 둘째가 엉엉 울고 있었다.

이제 엄마 왔다고 괜찮다고 달래주니, 엄마가 없어서 속상했다고, 엄마가 없어서 무서웠다고, 자기를 놔두고 가지 말라고 화를 냈다. 엄마 왜 혼자 갔어! 예린이도 데리고 가야지! 그런다.

집에 도착해서까지 계속 멈추질 않고 울어서 주차하자마자 내려서 안아주었다. 안겨 있다가도 몇 번이고 얼굴을 멀리 떼고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엄마가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처럼. 그러면서 신신당부했다. 엄마, 아무 데도 가지 마. 나 두고 가지 마. 나 항상 데리고 가야 돼.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눈빛이었다. 이런 눈빛을 어디서 또 받아본 적이 있던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시간의 흐름을 민감하게 의식하고 스스로의 노화를 인식하게 된 것이 아이들을 기르면서부터였다. 시간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아이들은 매일같이 달라지니까.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참 행복하면서도 슬픈 일인 것 같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전부 다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 08.19 일기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를 기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