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야기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승혜 Oct 15. 2019

2019.10.14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들 관심이 많았다고,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슬퍼하는 척하는 모습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요지의 글을 읽었다.

사실 누군가가 죽고 나면, 특히나 그 대상이 유명인이었다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곤 하는데, 그중에는 정말로 평소에는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들도 많다. 오래전 배우 이은주 씨가 떠났을 때, 평소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우울을 토로하며 저녁에 술을 진탕 마시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뭐 그 외에도 사례는 무궁무진하고. 그렇기에 평소에는 얼마나 힘든지, 괴로운지, 신경도 쓰지 않다가 이제 와서 그러느냐며 비판하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 전부 가식과 위선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개중에는 일정 부분 남의 불행을 빌어 평소 하고 싶었던 자기 이야기를 얹고자 하는 이기적인 속내가 없지 않을 것이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혼자만 빠질 수 없어 한 마디 보태며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 또한 있을 수 있으며, 이 틈을 타서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분노와 증오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구분 짓기의 욕망까지.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한 마디씩 보태며 슬퍼하는 이들을 언짢아하는 그 마음 또한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 안의 모든 마음들이(심지어 이기적인 욕구가 바탕이 된 것이라 하더라도) 거짓인가 하면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슬픔과 안타까움은 인간이 지닌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다. 어떤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여겼던 것이 덧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볼 때의 회한.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서 느끼는 상실감.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인간이란 한없이 연약하고 가여운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

그것은 그나마 인간에게 남아있는 좋은 것들 중의 하나라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라고, 오로지 위선과 가식만은 아니라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둡고 혼탁할수록 맑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도와 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