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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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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Dec 02. 2019

12월

화사한 꽃이나 파릇한 화분 같은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안에 들여다 예쁘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생각과 동시에  단념하고 마는데, 데리고 와봤자 얼마   죽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만 키웠다 하면 그렇게 말려 죽인다. 가끔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가끔은 물을 너무  줘서. 식물에게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관심인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나에게도 번듯하게 식물을 키워낸 경험이 없지는 않다. 오래전,  당시 만나던 사람이 책상 위에 두고 키울  있는 작은 화분을 주었는데, 그것을 애지중지하며 꽤나 오래 길렀었다. 웬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거치기만 하면 매번 죽고 말았던 다른 식물들과 다르게 무럭무럭 쑥쑥 자라났고, 그것이 그렇게 흐뭇했다. 마치 사랑을 먹고 자라서 그런 것만 같았다.  화분이 나에 대한  사람의 마음 같고, 그에 대한 나의 마음 같았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대했던 화분은 정작 그것을 가져다준 사람과  이상 만나지 않게  이후에도 계속해서 책상 위에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헤어진 뒤부터는  자라지 않았다. 아마 알게 모르게 신경을  썼을 것이다. 딱히 방치를   같지는 않지만 하여간에 조금씩 시들시들해지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죽어버렸다. 결국 몇 달  종량제 봉투에 대충 담아 내다 버렸다. 그렇게 하면서도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한때는 매일같이 흐뭇하게 바라보던 것을.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마음, 변하지 않는 마음 같은 것은 없다. 그것이 한없이 쓸쓸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몹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흐릿해지고 희미해진다. 기억은 남아도 마음은 사라진다.  지나간다.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회한도, 그리움도, 연민도, 결국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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