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통날>을 읽고
조성준의 <다시, 보통날>을 읽었다. 판형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일반적인 책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독립출판물이었다.
대학생 시절 취미로 암벽등반을 즐기던 글쓴이는 어느날 절벽이 무너지면서 실족한 뒤 긴긴 투병생활을 시작한다. 아파트 12층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상황이다. 그만큼 부상은 참혹했고, 수술 및 치료과정은 가혹했다.
읽다보면 ‘보통’ 혹은 ‘평범하다’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사람들이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지루하게만 생각되는 ‘평범한 삶’ 자체가 실은 엄청난 행운일지도 모르고.
짧은 에세이가 일기처럼 시간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데, 간결하고 짧아서 금세 읽었다. 글쓴이가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때 도와줬던 의사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수술과 투약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보유하게 된 글쓴이는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 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 의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준 덕분에 극적으로 입원에 성공한다. 그런데 후에 알고봤더니 그 의사는 정식 의사가 아니라 의사를 사칭하는 유명한 사기꾼이었다! ‘좋은 사람’ 그리고 ‘나쁜 사람’, 인간의 다면성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실은 선물받아 읽게 된 책으로 예전에는 책을 선물하는 것도, 받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른이의 취향을 생각하며 책을 골라서 선물하고 또 받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선물해주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