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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May 02. 2020

남의 불행은 꿀맛

<쌤통의 심리학>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유명한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가까운 누군가가 잘되면 딱히 주는 것도 없으면서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속이 쓰리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류의 말이 한국에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남의 불행은 꿀맛이라는 말이 있고, 독일어에는 남의 불행한 모습을 보고 느끼는 ‘고소한감정을 표현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단어까지 있다.
 
말하자면 남의 행복을 자신의 불행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남의 불행은 기쁘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꽤나 보편적인 심리라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우리집 아이들을 보면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첫째는 둘째가 혼이 나면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둘째는 첫째가 혼이 나면 매우 고소해하곤 한다. 심지어 첫째는 예전에 둘째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적까지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인간은 어찌하여  모양인 것일까?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다니 이렇게 구제불능으로 못되어 처먹은 종족이  있을까? 역시 인간은 타고나길 사악한 존재인 것일까? 리처드 H. 스미스의 <쌤통의 심리학> 이러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답이 되어줄  있는 책이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남의 불행과 고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이 정녕 사실인지, 만약 그러하다면 어째서 그런지, 그것이 어찌할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면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
 
저자에 의하면  ‘쌤통 심리 매우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감정이라고 한다. 졸리면 자고 싶고, 배고프면 먹고 싶고, 피곤하면 드러눕고 싶은 것처럼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것이다. 이것이 본능적인 이유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 정말이지 지겹다... 인간들은 어째서 끊임없이 비교를 하는 것일까, 하고 한숨을 쉬기는 이르다. 왜냐하면 실상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있어 비교 행위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원숭이나 , 고양이나 닭도 비교를 한다. 식물도 비교를 한다. 서로  많은 햇볕을 확보하고  좋은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싸운다. 인간만이 비교를 한다는 것은 오산이며, 비교를 많이 하는 종족일수록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교는 나에게 없는 자원을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없는 해당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있을지를 고민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 엄청나게 배가 고픈 사람이 사과  알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마주쳤다고 해보자. 비교하지 않으면 남에게 사과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과를 어떻게 얻을지 고민하지도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배고픔을 해소하지 못해 그대로 굶어 죽을 확률이 높다.
 
비교를 통해 생명체는 비로소 자신에게 없는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엄청나게 배가 고픈 사람 역시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상대가 사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상대를 때려서 빼앗든, 혹은 그가 어디서 사과를 구해왔는지를 연구해서 똑같이 모방을 하든 어떻게든  많은 자원을 확보할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그와 같이 비교는 일종의 생존수단이자 종족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기능해왔다.
 
그렇게 생명체로서 비교가  쉬듯 자연스럽다는 전제 하에, 남이 나보다 무언가를  가졌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내가 가질 (잠재적인) 자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과 같은 기본 자원뿐 아니라 짝짓기와 같은 번식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누군가의 존재로 나는 자동으로  못난 존재가 되고 만다. 지위가 내려갈수록 짝짓기며 번식이며 사회생활의 난이도는 올라가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촌이 땅을 사면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달리 말하면 가진 것이 없고, 열등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비교를 많이 하고 질투와 시기심을 많이 느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편 남이 잘 나가는 것으로 자신의 지위가 내려간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남이 불행해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지위가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더군다나 남에게서 사과를 억지로 빼앗는 것은 죄책감도 들고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행위인데 그가 실수로 사과를 떨어뜨렸다면? 그래서 내가 언젠가  사과를 주어 먹을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면?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도덕적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자동으로 자신의 지위가 올라가는 셈인데,  얼마나 신나는 일이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꿀맛 수밖에.
 
이처럼 비교하는 행위는 생존 본능에 가까운 것이며, 그로 인한 쌤통 심리 역시 매우 보편적이라   있다. 그렇기에 해당 심리를 자극하는 매체나 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 사실은 연예인의 가십을 파헤치는 타블로이드나 최근 들어 점점  자극적으로 범람하는 온갖 리얼리티쇼 역시 마찬가지. 평소 동경하던 연예인들의 가십을 파헤치는 행위를 통해 대중은 일종의 만족감을 느낀다. ,  멀리 닿을  없는 존재인  알았는데 생각보다 친숙했군, 별거 아니네. 리얼리티 쇼에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미친 짓 배틀을 벌일수록 시청자들은 기쁨을 느낀다. , 저렇게 미친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상대적으로멀쩡하구나! 나는 초라한 삶이  알았는데 생각보다  살고 있구나! 다행이다!
 
그렇다면 쌤통 심리가 이토록 자연스러운 행위이니 이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마땅할까? 당연히 아니다. ‘공리적차원에서 비교나 쌤통 심리는 궁극적으로 사회에 독이 된다. 지나친 비교는 당연히 강한 시기심이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고, 강한 시기심이나 질투심은 2 대전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같이 반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를 불러일으킬  있으며, 그렇기에 인류의 역사에 있어  부정적인 감정으로 강조되어 왔다. 성경에서 질투나 시기심을 죄악으로 간주한다거나, 각종 문학 작품에서 질투에 휩싸인 사람의 비극적인 말로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또한 비슷한 연유일 것이다. , 질투나 시기심, 쌤통 심리가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마냥 그대로 수용하다 보면 인류 전체에 독이 되므로 사회 문화적으로 지속적인 제어를 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기 마련인 질투심이나 시기심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고민 앞에서 우리는 결국 다소 뻔하지만 안전한 답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가질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인정하되 적당한 선은 지키며 살자는 . 저자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낸다. 물론  ‘적당한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늠하기 어려워서 탈이지만.

체계적인 이론 설명이라기보다는 케이스 스터디 위주로 풀어나가는 통에 다소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다.  전체에 걸쳐 ‘비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다 보니 인간이 얼마나 비교에 취약한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문득 “교하면 “만해진다는 주례사 영상으로 유명해진  유튜버가 시종일관 자기보다 유명하거나   버는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안달복달하는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는.

하여간 질투나 시기심은 어쩔  없지만 적어도 인간답게는 살자는  그런 이야기 되시겠다.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에 너무 자괴감 느끼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할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해소할  있는 각자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말이 가장 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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