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단련>
한 때는 <일간 이슬아>의 독자였던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슬아 작가의 글을 웬만해선 읽지 않는다. 읽을 때마다 샘이 나서 기분이 아주 나빠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샘내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이고, 그러므로 그럴만한 기회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새로 나온 그의 책 세 권에도 관심을 주지 않으려 했었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올해 벌써 세 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와 질투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느끼게 할 만큼 그의 글이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점점 더 화가 날 수밖에.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일간 이슬아>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수필집 <심신 단련>도 아주 재미있었다. 그래서 역시나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말았다. 짜증을 내면서, 질투를 하면서, 부러워하면서, 샘을 내면서.
난 기본적으로 아주 찌질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다르게 찌질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종종 미워하곤 한다. 그런데 글에서 만나는 이슬아는 하나도 찌질하지 않은 것 같았다. 늘 똑부러지고 완결되고 강한 사람처럼, 타인의 가장 사랑스럽고 독특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포착해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없거나, 지나치게 천진하거나, 혹은 자기 연민에 취해있거나, 재수가 없거나 이 중 뭐 하나라도 갖추고 있어야 마땅한데, 이슬아는 그렇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런 와중에 웃기기까지 하니 나로서는 안 미워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좋은 글은 좋다고 말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도리.
평소 타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에세이를 별로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힘을 빼고 느긋하게 쓴 것 같되, 할 말은 간결하고도 정확한 언어로 다 들어가 있는 그런 글, 유머와 사랑이 있는 글, 자신만의 관점과 세계관이 분명한 글. 다 떠나서 무엇보다 ‘재미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