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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Jun 05. 2020

샘나는 글

<심신 단련>

 때는 <일간 이슬아> 독자였던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슬아 작가의 글을 웬만해선 읽지 않는다. 읽을 때마다 샘이 나서 기분이 아주 나빠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샘내면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하나이고, 그러므로 그럴만한 기회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새로 나온 그의   권에도 관심을 주지 않으려 했었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올해 벌써  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와 질투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느끼게  만큼 그의 글이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점점  화가  수밖에.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일간 이슬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수필집 <심신 단련> 아주 재미있었다. 그래서 역시나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말았다. 짜증을 내면서, 질투를 하면서, 부러워하면서, 샘을 내면서.

 기본적으로 아주 찌질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다르게 찌질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종종 미워하곤 한다. 그런데 글에서 만나는 이슬아는 하나도 찌질하지 않은  같았다.  똑부러지고 완결되고 강한 사람처럼, 타인의 가장 사랑스럽고 독특한 부분을 누구보다  포착해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없거나, 지나치게 천진하거나, 혹은 자기 연민에 취해있거나, 재수가 없거나    하나라도 갖추고 있어야 마땅한데, 이슬아는 그렇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런 와중에 웃기기까지 하니 나로서는  미워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좋은 글은 좋다고 말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도리.

평소 타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에세이를 별로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있는 그런 책이다. 힘을 빼고 느긋하게   같되,  말은 간결하고도 정확한 언어로  들어가 있는 그런 , 유머와 사랑이 있는 , 자신만의 관점과 세계관이 분명한 .  떠나서 무엇보다 ‘재미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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