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를 읽고
장르소설은 순문학에 비해 폄하되는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도 호러소설은 아마도 최하위의 영역일테지만, 어쨌든 나는 호러소설을 좋아하고 꽤 자주 읽는다. 텍스트만으로 ‘진짜로’ 무섭게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쓰다 신조의 소설들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고 “어마어마하게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던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를 꽤나 기대를 하며 읽었던 것인데, 홍보문구와는 다르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차라리 어릴 때 초등학교 교실마다 한 권씩 비치되어 있었던 공포특급이 더 무서워.... 게다가 초판 한정 특별 부록이라며 희한한 부적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엄청 유치하다. 그냥 읽지 말까 하는 생각까지도 살짝 들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는 꽤 재미있다. 그렇다고 강력추천까지는 아니고, 눈에 띄면 한 번 보세요...정도?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요인이란 것이 빤해서 몇가지 패턴 안에서 반복되기 마련인데, 이 패턴을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에 맞추어 풀어내느냐가 호러 소설의 관건이다. 그런면에서 어쨌든 끝까지 읽게 만들 정도의 흡입력이 있었다. 문장도 술술 넘어가서 잘 읽히고.
흥미로운 것은 일본 공포소설을 보다보면 ‘민속학자’ ‘민속학과’ 같이 각 지방의 고유한 전설이나 민담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참으로 이해가 안간다. 왜 그런 무서운 걸 연구하는지. 공포소설을 읽으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귀신들의 원한(?)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 시대가 확실히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