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 여행기, 둘째날
오래전 어학당에서 알게 된 친구 중 한명이 후쿠오카 출신이었다. 방학 때마다 일본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후쿠오카에 놀러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당연히 말은 안했지만 아니 다른 좋은 도시들 놔두고 왜 굳이 후쿠오카?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라 오히려 흥미가 별로 없었다고나. 후쿠오카가 지금처럼 뜬 것도 저가항공 취항 이후이니 몇년 안됐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정말 좋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몇위 안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렇다. 일본에 살 때 여기서 살았어야 하는데!
일단 꽤 번화해서 있을 것이 정말 다 있다. 반면에 그다지 붐비지는 않는다. 그나마 요 10년 사이에 인구가 꽤 증가해서 (100만에서 150만으로) 이 정도라고. 한국인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들었는데 한국인 관광객을 자주 마주치는 건 사실이나 그래봤자 절대적인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으니 어딜 가도 매우 쾌적하다.
생각해보면 한국에는 이러한 느낌의 도시가 없는 것 같다. 당장 서울이랑 부산 다음 가는 대전만 하더라도 없는 것이 많다. 임신했을 때 입덧 때문에 멕시코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었다. 몇 군데 있던 곳은 사라져버렸다. 일전에 LP바가 가고 싶어져서 찾아봤더니 없었다. 물론 식당도 있고 서점도 있고 병원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극장도 있고 카페도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은 있지만 뭔가 섬세한 욕구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한국의 중소도시는 대개 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곳이 많다. 후쿠오카의 경우 전철과 버스가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운행 간격도 짧아서 설사 놓치더라도 3-5분 사이에 다음 버스가 온다. 대전만 하더라도 버스 정류장이 매우 띄엄띄엄 있고 그나마도 15-20분 간격으로 다녀서 자칫 놓치기라도 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버스 안은 늘 붐빈다. 후쿠오카의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늘 좌석이 비어 있다. 한국 같으면 아마 운영비용 때문에 대부분 노선이 없어졌을텐데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이틀간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보는데 골목골목 늘어서 있는 작은 가게들마다 대부분 손님이 적당히 차 있어서 놀랐다. 이젠 이런 걸 보면 맛있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게다가 가게들이 대부분 오래되었다. 분위기나 메뉴도 모두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한국의 가게들은 이런 분위기의 장소가 별로 없다. 대부분 유행에 따라 금방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는 걸 반복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