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사랑스러운 아저씨들

큐슈 여행기, 넷째날

by 한승혜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데 어디 가기도 어렵고 해서 요전날 갔던 재즈바에 한 번 더 들렀다. 마스터랑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옆자리 앉아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반가워하면서 본인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나. 뭘 가장 재미있게 봤냐고 물었더니,


뭐, 많지. 동이나 주몽. 나 말이야. 동이는 너무 좋아해서 세번이나 봤어. 아....동이....정말 재밌었는데. 게다가 태왕사신기!!! 태왕사신기 너무 좋아서 한 때는 파칭코에서도 맨날 태왕사신기 기계로만 했다고. 봐봐, 이 팔찌 사실은 태왕사신기에 나왔을 때 보고 따라서 산거야. 그때부터 쭉 하고 있지. 주몽은 친구가 빌려줘서 한 번 보고, 돌려줬다가 다시 빌려와서는 아직 안 봤네. 가끔 낮에 영화도 봐. 근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 정말 대단해. 나오는 사람이 엄청 죽어! 뭐 좀만 하면 그냥 다 죽여버린다고. 그런 내용은 일본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까 말야. 자꾸 보게 돼. 왜 그 전에도 있잖아. 이름은 까...먹었는데 혹시 맨날 뇌물 먹는 경찰 나오는 영화 알아? 거기서도 사람 엄청 죽여. 와....정말 리얼하던데. 꼭 진짜로 찌르는 것 같았어. 한국 사람들은 참 격정적인 것 같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도 사장이 직원한테 무릎꿇으라고 한 적 있었지? 뉴스에서 봤는걸. 와....나 일본 살면서 그런 거 한 번도 못봤어. 일본인은 그런 말 못해. 나도 가게 운영하지만 10년 동안 손님한테조차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는 걸. 젊었을 때 회사 다니던 무렵에도 말야. 사장이 그런 이야기하면 아마 사장 때려눕히고 관뒀을 거야. 아마도 국민성의 차이가 있는 거겠지만. 일본은 말야, 기본적으로 섬이니까. 아, 이렇게 태어나 버렸으니까 뭐 어쩔 수가 없지, 하고 체념하는 게 있는 것 같아. 바꿀 수 없으니 이 안에서 잘 지내자 그런거. 근데 한국이나 중국은 말이지, 대륙이라 그런지 역시 피에 열정이 있어. 그러고보니 전에 우리 가게에서 알바하던 여자애가 중국인이었는데 걔가 한번 휴가 받아서 집에 다녀오면서 선물로 중국술을 사다줬었지. 아, 여기 같은 걸로 한 잔 더 줘요. 중국술 마셔본 적이 없어서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지만. 근데 일본 소주 마셔본 적 있어? 아, 소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여자들은 보통 안 좋아하지. 잠깐, 근데 한국사람들 맨날 소주 마시지 않아? 영화나 드라마 보면 왜 있잖아. 항상 초록색깔 병이 나오더라고. 그거 소주 맞지? 특히 조폭들 나오는 장면에서는 반드시 나오던데. 아, 그걸 참이슬이라고 부른다고. 참이슬이 이름이구나. 하여간에 영화에 보면 그거 마시다가, 울다가, 무릎 꿇었다가, 갑자기 그 병을 깨서는 막 상대를 찌른다고! 히야...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해. 근데 나 이해가 안가는게 있어. 왜 맨날 같은 장소가 나오는거야? 내가 현대극은 별로 안 보지만 가끔 보면 말야, 분명 드라마가 바뀌었는데 전에 나왔던 데랑 똑같은 장소가 나오더라고. 거실이라든가, 사장실이라든가 말야. 어라? 하고 보면 다른 드라마란 말이지. 왜인지 혹시 알아? 예산이 없는 건가? 하여간에 이렇게 한국 드라마 자주 보면서도 한국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친구가 한국 놀러가자고 꼬시는데 내가 일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갈 마음이 안 들더라고. 근데 그 녀석도 말이지, 특별히 한국 가서 뭔가 할 게 있는 것도 아냐. 가서 뭐할건데? 물어보면 말이지, 고기 먹고 싶어! 이런다고.



아, 이렇게 자꾸 아저씨(라고 쓰고 할아버지라고 읽는다)들이랑 대화하는데 재미들리면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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