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정치 문장
손가락이 변비에 걸렸다.
몰캉몰캉한 문장들이 나올 듯 말듯 손 끝에서 맴돈다. 머리가 가려울 때면 열 손가락 끝으로 두피를 북북 긁는 산업부 최 기자처럼. 양 손으로 두개골을 감싸 쥐고 방앗간 가래떡 뽑 듯 미문(美文)을 쥐어짜본다. 울컥울컥 이내 쏟아질 것만 같던 문장들이 급작스레 자취를 감춘다. 마른 치약 튜브로 가득 찬 내 머리는 악력을 다해 주물러도 상큼한 민트향 젤리를 뽑아내지 못한다.
바싹 말라서 버석거리는 모래.
무미건조한 사막에서 진달래가 만개하길 기대할 순 없었다. 돌을 먹으면 돌 똥을 싸는 게 자연의 이치였다. 아침저녁으로 '종합일간지(綜合日刊紙)'의 정치면(政治面)을 보는 게 일이었다. 세리프가 멋들어지게 들어간 준엄한 글꼴은 모든 문장을 단단한 남성으로 만들었다. 신문의 문장은 '배신의 정치'를 향한 '진실한 사람'의 스펙터클한 복수극을 고답적인 아름다움으로 치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동면을 취하기 위해 수면양말 쇼핑에 나선 남자를 묘사하기에는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지하상가에서 곰돌이 양말을 사는 장면은 전혀 고답적이지도 스펙터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적인 멜랑콜리 찌질함 를 그려내려면 질척거리는 키치가 제격이었다. 부사와 형용사를 덕지덕지 발라 비참함을 우아함이라고 우겨대는 그런 저렴한 문장. 나는 싼 걸 좋아한다.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하당(黨)
사방을 회색 파티션으로 두른 국회 기자실에 앉아 새정치민주연합의 가망없는 감수분열을 지켜본다. 절레절레.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요리조리 도리도리. 태극기가 몸을 뒤튼다. 나는 신문지 색 가림막으로 만든 신문사 사무실에서 문 대표에 대한 신문을 쓰다가 문득 문문한 문장을 쓰고 싶어 진다. 국정감사자료집 옆에 '시인의 사물들'이란 책을 꽂는다. 김소연 시인이 쓴 '마음사전'도 가져다 놨다. 신문은 산성 시집은 최루성. 눈물은 염기성이니 신문기자가 시인의 문장을 읽으면 마음이 중화될지도 모른다. 호두껍찔처럼 딱딱한 문장을 쓰더라도 그 속에는 보드라운 호두 한 알 품고 있는 마음으로.
일기를 매일 쓰는 사람을 존경합니다...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