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국회│일요일의 정치
섬은 특별히 한산하다
일요일의 여의도
지난밤 가벼운 눈발이 날렸는지 아스팔트에 옅은 흔적이 묻어있다. 텅 빈 섬. 흐리멍덩하게 흩어지는 하얀 입김을 바라보며 찬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미끄러지듯 소리 없이 사라지는 새하얀 승용차. 유리로 외벽을 바른 투명한 건물이 스케이트날처럼 날카롭다. 방송국의 야트막한 회색 벽 곁에 서서 코트 앞 섭을 여민다.
파랗게 시린 목을 웅크린 채 각진 직육면체 건물들을 바라본다. 떨림 하나 없는 육중한 콘크리트 비석. 적요로운 섬에서 홀로 찬 돌바닥 위를 걷는다. 폐포 가득 들이마신 냉기 덕분에 정수리 꼭대기까지 맑아진다. 다만 강바람이 날카로워 두 뺨이 베인 듯 아리다. 빈 속에 차가운 공기가 시시각각 드나든다. 새까만 인조대리석으로 꾸민 카페에서 색이 짙은 커피를 산다. 속이 빈 맥주병처럼, 정육면체 얼음 8조각 들어있는 커피는 투명한 갈색으로 빛난다. 양 볼에 알사탕마냥 얼음 두 개를 넣고 굴리니 새하얀 입김이 금새 멎는다.
"신문기자는 신문이 월요일에 나오니까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어제는 얼굴 한 번 보자는 친구에게 닳고 닳은 설명을 다시 한 번 늘어놓았다. 노란 극세사 수건으로 안경알을 닦아내며 고개를 든다. 여전히 섬 이편에서 저편까지 네모난 육각의 건물이 즐비하다. 나는 뉴욕에 홀로 내팽개쳐진 윌 스미스를 떠올린다. 끝없이 이어진 마천루 골짜기에 사람 하나 없는 맨해튼. 그러니까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는 도심공동화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었다. 넥타이부대의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여의도는 일요일이면 용도 없이 버려진 '고층 창백한 묘석 ¹'의 거리가 된다.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².'
이윽고 국회 기자실
-
1, 2 김광균 '와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