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나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어떤 밤에는 잔 바람에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늦여름 밤벌레가 아파트 좁은 화단에서 울다 지쳐 끝내 성대결절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생을 다 바쳐서 매미는 노래를 사랑했지만 그 노래가 생명을 빼앗았다. 지구가 뱅그르르 태양을 한 바퀴 돌 때마다 같은 비극은 똑같이 반복된다.
그토록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한 여름 매미 울 듯 카랑카랑 쏟아내고 나니 더는 남은 단어가 없었다. 어휘결절이랄까. 의사 선생님. 이 게 뭔가요. 숨이 가쁘고 열이 나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제 흉곽을 헤집어봐도 문장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한 때는 노래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든 음률이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잔잔하게 산다.
더운 밤에 아이스크림을 와작 깨물어 본다. 진득한 초코 코팅이 잇새로 검게 스며든다. 달달 거리며 선풍기가 또 뱅그르르 돈다. 나는 막막한데 막막하다는 감정은 비단 내 것만이 아니라 딱히 선전하고 다니기가 민망하다. 쑥스러우니까 머리를 긁적거리며 매미가 맴맴 운다고 작게 써본다. 더운 밤 작은 아파트 1층에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나는 짜리 몽땅하게 주저앉은 내 마음을 격정적으로 일필휘지하고 싶었지만 어휘결절에 걸린 나머지 실패했다. 서늘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미적지근한 사람이 되었다. 봄 밤 피아니스트처럼 낭만적으로 살 줄 알았는데 쩝쩝 대며 급히 맥너겟을 씹어 삼키는 포식자가 되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이 강풍에 흔들린다. 도대체 이것은 왜 강풍일까 싶은 달달거리는 바람이 비실비실 선풍기에서 새어 나온다. 선풍기에 그려진 하얀 헬로키티가 단춧구멍 같은 눈동자로 멍하게 나를 바라본다. 단정히 빨간 리본을 한 일본 고양이에게 묻고 싶었다. 바다 넘어 열도에서도 선풍기 버튼에 오만하게 강풍이라고 써 붙일까. 이 모든 것을 함께 만드는 광저우의 좁은 공장에는 한국어, 일어, 불어, 독어, 희랍어, 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등 각종 언어로 된 강풍 스티커가 있는 걸까. 누가 태초에 미약하기 그지없는 아련한 비실 바람에 강풍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을까. 그렇다면 내 소박한 문장에도 희대의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홀로 선풍기를 쐬며 망연자실하게 매미 소리를 곱씹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