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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길

내 발자국으로부터 탄생할 또 하나의 희망선

by 승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은 길을 걸었다. 양옆으로 자라는 잔디 사이로 그 부분만 발걸음에 밟혀 흙길만이 남아있었다.


이 길은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무성한 잔디밭이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잔디가 밟혀 자연스럽게 길이 되었다. 비록 옆에 인도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고, 그렇게 생겨난 길이다.


이런 길을 ‘희망선’이라고 부른다. 설계자의 의도 없이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낸 길. 대표적인 예가 등산로다. 지금은 잘 정비된 등산로가 있지만, 이 또한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등산을 시작하기 위해 내디뎠던 첫 발걸음이 사람들에 의해 쌓이며 지금의 등산로가 되었다. 결국 모든 길은 누군가의 첫 발자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존재하는 길은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 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처음부터 자신의 길이 정해져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자신의 길이 되는 것이다.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는데 아직 그곳까지 가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이 정말 가고 싶은 곳이라면 길이 아닌 거 같아도, 길이 없는 거 같아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된다.




길을 만들어가다 보면 험한 곳도 있고 평탄한 곳도 있다. 장애물을 만났다면 ‘처음 가는 길이니 당연히 장애물이 많이 나오는군’ 하고 딛고 넘어가면 된다. 평탄한 길이 나타나면 ‘지금까지 맞게 잘 걸어왔구나’ 하고 더 힘차게 자신감을 가지고 걸어가면 된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그동안의 노력을 되돌아보며 기쁨을 만끽하면 된다. 혹시 다른 곳에 도착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새로운 방향을 정하고, 경로를 수정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처음 가는 길이니,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끔은 여기가 어딘지 전혀 감도 안 오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땐 아예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짐을 꾸리고 새로운 길을 향해서 걸어가면 된다. 단지, 조금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개척 산행이라는 산행 방법이 있다. 말 그대로 자기 손으로 미지의 산길을 개척해 가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이다. 이때는 가장 짧은 길 또는 가장 빠른 길을 목표로 삼고 등반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비우고, 도전자의 자세로 산을 오른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누구도 나만의 개척 산행의 시간이나 경로를 가지고 문제 삼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의 노력을 이해하기에, 고생했다는 한마디로 격려하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을 함께 즐길 뿐이다.




인생도 개척산행과 같다. 각자만의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며,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과감히 등산로를 벗어나 한 번도 밟힌 적 없는 수풀 위를 딛는 것이다.


길이 없어도 스스로를 믿고 출발하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마음은 단단히 먹고, 다치지 않게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짐은 너무 무겁지 않게 챙기자.


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라.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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