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정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완벽히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사랑할 때 나오는 옥시토신 호르몬과 행복을 느낄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우리 몸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 사실은 제쳐두고, 우리는 자식이 깔린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어머니의 힘이나, 희귀병을 앓았던 사람이 아내의 지극한 사랑으로 병을 이겨낸 이야기들에서 사랑의 힘을 실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힘’에 대해 얘기하는 책들도 많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사랑”으로 대답하였으며, ‘춘향전’에서는 연인을 끝까지 기다리고자 모진 고문을 이겨낸다. ‘타이타닉’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인을 지켜주었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도 한 사람의 자아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고문하지만,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나는 줄리아를 배신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며 저항한다. 끔찍하고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며, 그것이 사람을 끝까지 저항하게 만든다. 사랑은 위대하고, 그 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이 있다.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운명적인 사랑은 오직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며, 현실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식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일상 속 평범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터키의 한 시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는 비가 좋다고 말했어, 하지만 우산을 폈지.
너는 햇빛을 사랑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늘을 찾았지.
너는 바람을 사랑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창문을 닫았지.
이게 내가 두려운 이유야. 넌 나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는 오히려 이 시를 반대로 해석하고 싶다.
나는 누가 밖에 나가자고 할 때면 온갖 핑계를 대며 피하곤 한다. 비가 오면 바지 밑단이 다 젖는다는 이유로, 햇빛이 쨍쨍하면 땀이 나서 불쾌하다는 이유로, 바람이 불면 애써 정성스레 다듬은 머리가 산발이 되어버린다는 이유로.
결국 상대방의 설득에 등 떠밀려 나가게 되더라도, 준비 과정부터 다시 막막하다. 6시 약속이라면 적어도 한 시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고, 그 준비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또 한 시간이 필요해서 결국 약속 몇 시간 전부터 이미 지쳐버린다.
하지만 비가 오면 우산을 쓰더라도, 햇빛이 쨍쨍하면 손부채를 하면서라도,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
6시에 만나자고 하면 5시부터의 준비과정도 즐겁고, 4시부터 이제 곧 만나는구나 라는 생각에 약속 몇 시간 전부터 날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순간의 설렘이 쌓여 소중한 시간이 되고, 그 시간들이 모여 일상이 되며, 그렇게 쌓인 일상 속 사랑은 평생의, 운명적인 사랑이 되어 우리를 지탱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랑의 정의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으로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 -레프 톨스토이-
지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