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感受性. susceptivity. 글자 그대로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뜻한다. 감수성이 있다는 것은 특정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말이다.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열려있을수록 삶은 더 풍부해지기 쉬울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의 사소한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감사할 줄 알며 한송이 꽃 한줄기 햇살, 한 조각 구름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은그 모든 자극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사람보다 훨씬 풍성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감수성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감수성은 특정 자극에 취약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술에 민감하다는 말은 술에 약하다는 말과 동의어다. 조금만 마셔도 몸이 바로 반응하고 양이 늘면 느는 대로 비례해서 '반응의 정도(취함)'도 커진다. 반대로 술이 세다는 것은 많은 양의 알코올에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술이 센 사람들은 그래서 술이라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도 생존할 수 있다. 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외부적 요인을 '스트레서(stressor)'라고 한다면 '스트레스(stress)'는 그 외부 요인에 대한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반응의 정도를 뜻한다. 동일한 강도의 스트레서(stressor)에 상대적으로 큰 스트레스(stress)를 느낀다면 그것은 스트레스 감수성이 큰 것이고, 그 반대라면 스트레스 감수성이 적은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같은 스트레서(stressor)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술이 약한 사람이 같은 양의 술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쉽게 취하듯이, 스트레스에 예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그래서 오래 견디기 힘들다.
우리가 흔히 지표생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특정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존재들이다. 극히 작은 양의 오염물질에도 쉽게 반응하는 것이다. 지표생물은 분명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경고등의 역할을 하지만, 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스러져버린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예민하게 일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상처, 스트레스, 주변의 시선 등에 대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어쩌면 요즘들어 부쩍 둔감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민감함과 예민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엔 그만큼 우리의 삶이 주변의 위해요소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방증일지 모르겠다.
이제 남을 질문은 이것이겠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자극에 민감하고, 삶을 갉아먹는 자극들에는 둔감한 미덕을 갖출 수 있을까? 자극의 종류에 따라 우리의 민감도를 조정하는 일,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아니 그것은 가능한 일이기는 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