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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기 Sep 29. 2017

소년법 폐지 논란과 관련하여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등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로 인하여 소년법이 엄청 이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 추천자가 26만명에 이르렀다고 하고, 몇 몇 국회의원들은 구체적으로 소년법 폐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국선변호를 맡고 있던 피고인이 재판부로부터 소년부송치결정을 받았다. 검사가 실형을 구형했었기에 그 친구에게는 잘 된일이긴한데, 과연 소년법이 무엇이고, 왜 소년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 난 변호사인데도 사실 소년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학부시절, 법학개론시간에 소년범 및 소년법에 대하여 들었던 이야기가 내가 아는 소년법에 대한 전부였던 것 같다.



소년법이란 무엇인가



  소년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소년법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오늘 받은 판결문에도 "피고인에게는 형사처벌 대신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제2조에서는 "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며 소년을 규정하고 있다. 즉, 소년법이란 19세 미만의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들에게는 형사처벌보다는 보호처분을 통하여 건전하게 사회성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법이다.

  한편, 소년법 4조 1항 2호에 따르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들은 이른바 촉법소년으로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아야 한다. 즉,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들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법 제49조에 의하여 검사가 직접 송치할 수도, 소년법 제50조에 의하여 법원이 형사사건을 심리하여 결정으로서 송치할 수도 있다. 소년보호사건은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가정법원에서 심리하고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보호처분은 소년법 제3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 ①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써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

1.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 수강명령

3. 사회봉사명령

4. 보호관찰관의 단기(短期) 보호관찰

5. 보호관찰관의 장기(長期) 보호관찰

6.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7.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 단기 소년원 송치

10. 장기 소년원 송치


또한,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들은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판사의 재량으로 부득이한 경우 형을 감경받을 수 있고, 사형이나 무기징역도 소년법을 통해 완화된다.


제59조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


이러한 소년법의 적용은 사실심(1심과 2심)의 판결 선고시를 기준으로 나이가 19세 미만이면 소년법의 적용을 받고, 19세 이상이면 소년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소년법은 왜 필요한가



  소년법이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통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법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소년법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즘 청소년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소년법 대상인지 잘 알고, 범죄를 쉽게 저지른다고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년법은 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결국 소년법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하다보면, 왜 청소년이 성인과 다르게 처벌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청소년은 왜 성인과 다르게 취급받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하여 우리의 청소년기를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이미 중학생때 키가 180을 훌쩍 넘어서는 등 옷만 어른스럽게 입으면 성인으로 보였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매우 감정적으로 불안정했고(물론 지금도 불안정하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회 및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하였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은 성인과는 다르게 형법을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소년법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현행 소년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은 법으로 음주와 흡연을 못하게 정해놓은 것도 소년법과 같이 청소년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으로서 동의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년법이 폐지 또는 개정되려면



  이러한 소년법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소년법이 폐지 또는 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 호통판사로 유명한 부산 가정법원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께서는 "소년법 폐지·개정을 통해 형벌에 있어서 성인과 동등한 취급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민주주의에서 핵심 권리인 참정권부터 성인과 동등하게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은 미성년자에 대해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을 제약하기 때문에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하여 소년법의 폐지나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년법의 폐지·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소년법의 폐지·개정의 핵심 이해 당사자인 미성년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미성년자, 청소년들은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제약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권리인 참정권마저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소년법을 쉽게 폐지하자고만은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소년법이 제정되었던 1989년과 2017년 현재는 여러가지 사회상황이 많이 달라졌기에 이러한 변화에 따른 개정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과연...



  이 글을 작성하는 동안 인천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은 소년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주범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고도 특정강력범죄법에 의하여 20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한편, 난 또 다른 소년범과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인터넷 사기 혐의로 구속이 되었는데, 3번째라고 한다. 정확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따르면 형법의 적용을 받으면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는데, 보호처분에 의하면 소년원에서 2년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소년법이 아닌 형법의 적용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그것은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검사 혹은 판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법을 잘 알고 있다니...


  미성년자들에게는 과연 보호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의무를 부담시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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