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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기 Dec 17. 2017

국민참여재판의 기억-1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피고인을 만나기까지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로스쿨에 진학하고, 3년의 시간을 버텨내어 변호사가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하나는 '형사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내가 형사변호사의 꿈을 꾸게 된 배경에는 한 편의 법정 미드가 있었다. 그 미드의 제목은 보스턴 리걸이었고, 나는 앨런 쇼어 역의 제임스 스패이더의 클로징(최종변론)을 보면서 형사변호사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reasonable doubt(합리적인 의심)'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으로 밝히는 그의 모습에서 내가 꿈꾸는 변호사상이 생기게 되었다.

바로 이 드라마이다. 가운데가 앨런 쇼어.

  하지만 로스쿨을 다니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스턴 리갈과 같은 형식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이 원하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국민참여재판에 한하여 위와 비슷한 형식의 재판이 진행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후 '변호사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 번쯤은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로스쿨에서의 남은 시간들과 변호사시험을 견뎌내었던 것 같다.


국선변호인


  변호사가 되어서 첫 직장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보험회사였다. 안정적인 급여 등 좋은 점도 많았지만, 내가 변호사가 되고자 했던 많은 이유들과 맞지 않는 점이 많아서 8달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의 70%가 모여있다는 서초동에서 로스쿨 동기와 함께 '개업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경력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작은 사건이라도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건에서 승소하였고, 조금씩 조금씩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사건'을 수임하게 되는 경우는 민사, 행정, 가사 등 다른 사건에 비해서 극히 적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전관'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던 중, 2017년에 서울 남부지방법원 논스톱 국선변호인으로 선발되었고, 한 해 동안 약 40건이 넘는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돕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의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드디어 내가 변호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인 '국민참여재판'의 변호인으로서 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 (대상 사건)

① 다음 각 호에 정하는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이하 "대상 사건"이라 한다)으로 한다. [개정 2012.1.17] [[시행일 2012.7.1]]

1.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제2호 및 제5호는 제외한다)에 따른 합의부 관할 사건

2. 제1호에 해당하는 사건의 미수죄·교사죄·방조죄·예비죄·음모죄에 해당하는 사건

3.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사건과 「형사소송법」 제11조에 따른 관련 사건으로서 병합하여 심리하는 사건

②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제9조 제1항에 따른 배제 결정이 있는 경우는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


  모든 사건의 피고인이 원한다고하여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에 대하여 '합의부 관할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형사재판은 '단독 관할사건'과 '합의부 관할사건'이 있다. '단독 관할사건'은 판사 1명이 재판을 하는 것이고, '합의부 관할사건'은 판사 3명이 재판을 하는 것으로서 '합의부 관할사건'이 '단독 관할사건'보다 중한(더 강한 처벌을 받는) 범죄 혐의를 가진 피고인을 재판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참여재판을 '합의부 관할사건'으로 제한을 둔 것은 아마도 중한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재판을 통해서 자신의 무죄 혐의를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싶은 피고인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2월 12일,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었다. 시행 초기에는 많은 피고인들이 기대감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으나, 결과가 좋지 않자 이후 신청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무엇을 기대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게 된 것일까?

  내가 만나게 된 피고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합의부 관할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4 ⑥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6.1.6]


  수많은 절도 및 상습절도의 전과가 있었던 피고인은 최근에도 절도로 인하여 교도소에서 2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였었고, 출소한 지 20일 만에 다시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었다. 이러한 피고인을 나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의 국선변호인이 되었다. '영장 실질심사'에서 CCTV로 인하여 범죄 혐의의 명백성이 입증되었고, 주거부정 및 도주우려 등이 소명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피고인은 구속되었다.

  그 이후, 검찰 수사를 거쳐 피고인은 특가법 제5조의 4 제6항으로 공소가 제기되었고, 수사기관의 수사기록을 확인한 나는 국선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접견하러 구치소에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변호사님, 저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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