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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기 Jan 06. 2021

STOP&GO 기능과 운전

대법원 2020도9994

최근에 출시된 자동차들에는 STOP&GO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STOP&GO 기능이란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차량이 주행하다 정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으면 엔진이 꺼지지만, 차량의 전원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다시 시동되는 기능입니다.

이러한 STOP&GO 기능과 운전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에 나와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관계]

이 사건의 피고인(운전자)은 음주운전을 한 후, 지인에게 차량의 운전을 맡기기 위하여 정차하였습니다. 정차 후, 지인과 운전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차량의 시동이 완전히 꺼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인은 시동이 완전히 꺼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동 버튼을 눌렀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오히려 차량이 뒤로 밀렸습니다. 피고인이 다시 운전석에 탑승하여 운전해 가려했으나, 피고인도 시동을 걸지 못했고 차량이 후진하면서 이 사건 추돌 사고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고에 대하여 검찰은 특가법 제5조의 11 위험운전 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습니다.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결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 조작을 해야 한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9294, 9300 판결 참조)." 운전이 되려면, 엔진이 걸린 상태에서 발진 조작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피고인이 '운전'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한 것을 전제로 처벌하는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상으로는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피고인의 변호인이 STOP&GO 기능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피고인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신기술에 대한 법의 적용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변호사는 끊임없이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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