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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Jan 28. 2020

길을 잃어버린 내 브런치

01.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브런치였다. 목공 관련된 글이 제법 괜찮았는지 종종 브런치 메인에 올라갔다. 조회수 1만이 나오는 글도 있었으니 시작치고는 꽤나 좋은 출발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재는 금방 떨어졌다.


 가구 하나를 만드는데 최소 일주일이 걸렸다. 작은 가구라도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직업으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시간은 배로 걸렸다. 그런 가구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한 편의 글로 작성하다 보니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평소 관심 있는 정치에 관해 글을 쓰기도 하고, '나의 작은 여행기'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내가 가는 곳을 기술한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계는 존재했고, 내 글은 그렇게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글을 쓰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겠지만, 그렇게 신경 쓰다 보니 글은 어느샌가 내게 스트레스가 되었고, 부담이 되었다. 기껏해야 구독자 16명 있는 놈이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무언가 교훈이라도 줘야 되는 것 마냥 글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글 쓰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 것 마냥 이런저런 단어를 붙여가며 문장을 만들었다. 글이 재미없어지기에 더없이 충분한 환경.


 그러던 중, 독립 서점에서 한 책을 보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다 서점을 차린 한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짧게 짧게 쓴 그날의 글을 100개 묶어 출판한 책이었다. 뭐 이런 책이 있나 하며 열어 본 책은 어느샌가 나를 책의 깊숙한 곳까지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생활을 적어둔, 마치 일기 같은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작은 생각은 곧 너무나 특별하고 영화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의 일기이자 책이라는 결론까지 도달했다.


 문득 드는 하나의 생각.

'내 인생도 어쩌면 한 편의 영화가 아닐까.'

나는 어쩌면 한 편의 매력적인 영화를 그저 그런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구석에 처박아둔 것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잔잔한 나만의 영화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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