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배가 고파서인지, 그저 습관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처럼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밥 씹는 소리만 가득한 게 싫어 잘 보지도 않는 TV를 틀었다.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무한도전. 같은 편을 세 번, 네 번 돌려볼 정도로 좋아하던 예능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무한도전에서는 마침 '쉼표'편이 나오고 있었다. 기억난다. 아마 무한도전이 300회가 됐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정든 무한도전이 주는 향수와 웃음에 나도 모르게 피식대며 밥을 먹던 중 우연히 정형돈 님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웃고 있는 가운데 알 수 없게 불안해 보이는 표정. 웃고는 있지만 의자에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의자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그런 모든 상황들이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적도, 전문적인 심리학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그는 굉장히 불안해 보이고, 불편해 보였다. 실제로 그는 '힐링캠프'라는 예능에서 자신의 공황장애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면 그때는 보이지 않던 그의 불편함과 불안함이 이제야 보이는 것일까.
출처 : 무한도전
곰곰이 생각을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을 한 문장으로 얘기하면 '반복되는 삶이 주는 불안함'정도가 될 것 같다.
매일같이 집과 회사를 오가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안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런 반복되는 삶이 가져다주는 불안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언제까지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지, 여기서 받는 이 월급으로는 택도 없는 내 집 마련의 꿈이라던지. 결국 지금의 내 마음속에 과거와는 다른 불안함이 있기에 똑같은 무한도전을 보면서 그의 감정에 공감한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인생이 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불안을 극복하고, 이겨내며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 만약 누군가 "그래서 당신은 그런 불안함을 극복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뇨. 전혀요."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여전히 불안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내가 가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익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따금씩 익사할 뿐이다. - J.M. 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