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각오
내 손을 거쳐서 에코백이 번듯한 가방으로 변했다.
무늬가 마음에 들고 천도 적당하게 두툼한 것이 2.99$라는 가격에 얼른 샀는데
쓰다가 잘린 부분을 간단하게 수리해 놓은 손잡이를 발견했다.
튼튼하게 버티라고 안에 헝겊을 넣어서 무지하게 박았다.(화살표 부분)
난 이 가방을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 집에 머물면서 핸드백 대신 사용했었다.
미국을 떠나 인천에서 환승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친구와 만나려고 며칠 체류하는 것으로 변경을 했다.
갑자기 일정을 바꾸고 생각하니 옷도 핸드백도 서울과 맞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한 미국 집에 겨울옷이 있을 리가 없어
바람이 통하지 않아 보온이 되면서도 얇고 가벼운 반코트를 사고
핸드백으로 쓸 가방도 옷에 맞게 산 것이다.
미국에서는 차로 다녀서 가방이 작고 무거워도 되는데
일본에서는 버스를 타고 다녀 가벼워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니
항상 쓰던 것은 그대로 두고 떠난다.
서울에서 정말 요긴하게 잘 썼다.
어느 옷과도 잘 어울리고 조금은 색이 무게감도 있어 보여 좋았는데
가방 안이 너무 넓어 물건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재봉틀을 꺼낸 김에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손잡이가 튼튼해졌으니 오래오래 쓰자는 의미로 안감을 대면 어떨까 하고 시작해서
기왕 안감을 붙일 거면 주머니도 달자고 했다. (동그라미 부분)
완벽하게 안감과 겉감이 따로 놀지 말라고 밑의 모서리도 같이 박았다.
다 해 놓고 보니 처음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나는 혼자 히죽거리면서 막 쓰기는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러다가 또 모셔두는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닌지...
잘 만들거나 잘 고쳐 놓으면 그것이 너무너무 크게 느껴져 감히 쓰지 못하는데
그러다 결국엔 유행이 지나거나 체형이 달라져 못쓰게 되는 그런 상황이다.
이 나이에 이젠 이런 짓은 하지 말자고
다 헤어지도록 써 보자고 각오에 다짐을 하고 정말 마음편히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