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추억
비가 오는 날에는 언제나 파도 앞에 서 있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반드시 바닷가로 달려 나갔었는데
답답한 것을 풀어 달라고 식식거리면서 수평선을 보고 떠들면
큰 소리로 파도는 뭐든 다 대답해 주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40년을 지나 같은 장소에 와 있다.
주변은 달라져 아무것도 나를 기억해 줄 것도 기억나는 것도 없는데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는 나를 기억하는지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가 큰 소리로 나를 반겼다.
여전하구나 한다.
잘 살았구나 하는 것 같다.
이 말에 비도 오지 않는데 눈물이 나온다.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나에게
주절거리는 내 말을 자르면서 생각을 바꾸라고
파도는 큰 소리로 나무라면서 나에게 다가왔었다.
또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파도는
삶이 힘들지만 매번 같은 시련은 아니라고 해 줬었고
하얀 파도는 살며시 발끝을 건드리며
같은 시간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내일의 삶은 어제와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고 했었다.
비바람이 만들어 놓은 파도의 웅장한 소리는
거칠게 넓게 퍼져 나를 전부 감싸 안고도 남아
눈을 감으면 내가 파도와 같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힘이 강한 파도라면 나를 지켜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이런 나의 시간이 흘러서 이 나이가 되었는데
지금도 이 파도를 보면 설레면서 반가워 눈물이 난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푸근함에 마음이 흐트러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