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깊은 배려
아이들에게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들고 이것은 버릴까 하면서 묻고는
예하고 대답을 하니 왜냐고 물으며 없으면 섭섭하지 않으냐고 하고
그럼 그냥 놔두세요 하니 버려도 될 것 같으면 버리지 그러냐고
물었던 내가 갈팡질팡하면서 처음부터 뭘 바라면서 물었는지 잊었다.
아이들의 말에 내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네 버리세요 하면 내 성격을 아니까 할 수 없이 버리기로 한건 아닌가 하고
버리지 마세요 하면 내 말을 잘 알아듣고 하는 말인지 하면서 다시 설명을 한다.
그래서 별 비중도 없는 일에 난 아이들을 번거롭게 만들고 마는데
아이들 둘이 번갈아 가면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잘 판단해서 한 말이니
말 그대로 그냥 믿어 달라고 그러면 엄마도 편해진다고 한다.
나의 망설임을 나는 잘 모르겠다.
물건을 살 때 엄청 고민을 많이 해서 버리는 것이 쉽지 않은지
아이들이 썼던 것이어서 버려 없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이 좁은 공간에 거의 손이 가지 않는 물건을 놔두는 것도 아니라고
망설이는 마음을 잡아 달라고 물었던 것 같은데 전달이 안된다.
어딘가에서 읽은 정보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들라고 해서
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대답보다 뭐든 잘 물어봤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도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게 하니 해적 같네 그럼 네가 선장이니 하면서
왜 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데 맛이 좋으니 모양이 예쁘니 등등
난 앉아 있는 모습에서도 바라보는 방향에 대해서도
건수만 있으면 질문을 하고 나온 대답에 다시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가능한 선택도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했는데
그 습관이 나에게는 질문만 하고 결정을 기다리도록 만들었나 한다.
아이들이 짜증을 낸다.
어른이고 엄마이고 돈을 내는 사람이니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특히 아들은 결국엔 자기가 결정하고 책임을 지게 된다며 싫어하는데
뭘 먹을래부터 시작해서 같이 앉아 먹으면서 보는 오락프로의 선택까지
매 시간 결정을 해야 하는데 엄마는 책임을 피하려고 우리들에게 미룬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아들이나 딸의 탁월한 선택으로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책임이 어쩌고 하면서 부담스럽다고 하는 것에 난 이해가 안 된다.
난 그저 결정하는 습관과 결정하고 나면 책임이 따른다고 가르쳤을 뿐이었는데
너무 철저하게 가르쳤는지 이런 것들이 이제 나에게 되돌아왔다.
세상살이는 돌고 돈다고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