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장난감과 그림책

중년의 권유

by seungmom

아이가 하나일 때는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서

나도 다들 하듯이 아이의 그림책이나 장난감을 눈에 뜨이는 곳에 두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니 아이 셋을 키우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이 세배 이상이 되었다.

둘째가 남자아이인데 첫째인 여자아이는 둘째를 인형인 듯이 착각을 하는지

머리에 핀도 꼽아주고 치마도 입히고는 거기에 칼도 채워주고 칼싸움을 하는데

이건 여자아이 놀이인지 남자아이놀이인지 그래도 둘은 목이 쉬도록 떠들며 놀았다.


그러니까 하나였던 아이가 쓰는 공간이 둘이서는 셋 이상의 공간을 쓰는데

그렇게 되니 안 그래도 좁은 일본집 3평의 방이 널브러진 장난감과 책으로 밟혔다.

주변에서는 너무 말끔하게 치워진 공간은 아이들에게 삭막함을 준다고 하며

눈에 자꾸 띄어야 가지고 놀게 된다고 하면서 어느 집이든 아이들이 있는 집은

아이들 방이든 거실이든 아이들의 물건으로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난 이 집 저 집에서 얻어 온 그림책과 장난감으로 좁은 집이 더 좁아졌는데

점점 물건이 많아지니 아이들이 학교에나 들어가야 집안이 집 같아 질까 하니

아직도 몇 년을 이러고 참고 살아야 하는가에 머리가 돌아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살자고 방 하나를 놀 수 있게 다 치워버리고 장난감과 책만 두었는데

처음엔 여유가 있어 보이더니 얼마 안 가 그것도 의미 없이 그저 방이 그득해져 보니

언제나 가지고 노는 것만 가지고 놀면서도 뭐를 찾는지 방 한가득 늘어놓아서

다른 장난감은 왜 가지고 놀지 않냐고 하니 늘어놓은 것을 가리키며 놀았다고 하는데

그냥 같이 널브러져 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는 주변에 늘어져 있는 것에 익숙해지는지 치워 놓으면 싫어했는데

이러다가 주위가 산만해지는 것은 아닌지 집중력이라는 것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장난감은 모두 벽장에 넣어두고 종류별 장난감 중에 하나씩만 꺼내어

적응할 때까지 곁에서 꺼내 놓은 장난감에 집중하도록 같이 앉아 놀았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점점 실컷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찾지 않았다.

한 번에 다 치우는 것은 위험해서 6개라면 2개씩을 몇 주에 한 번씩 바꿔 놓는 식으로

블록 쌓기도 여러 종류인데 그것 중에 하나만 소꿉장난도 그릇 종류의 몇 가지만 하는 식으로

모두 다 한 번에 내어 놓지 않고 각자 다른 역할을 하는 장난감을 방에 늘어 두었다.


난 이 방법을 둘째가 2살 큰 아이가 5살 때부터 했는데

아이들은 새로 꺼내 놓은 것을 새로운 것 보듯이 좋아하고

저번에 놀았던 기억이 나는지 떠올리며 복습하듯이 놀기도 했었다.


뭐든 모자라는 상태의 장난감을 아이들은 여러 방면으로 써먹었었는데

불럭이 식탁으로 변하고 없는 숟가락 젓가락은 아이들이 종이를 구겨서 만들어 썼다.

넉넉하지 않은 장난감은 결국 아이들에게 뭔가를 만들어내게 하거나

장난감에 멀쩡하게 있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붙여서 다른 임무를 부여하고

주변의 것을 상상력으로 뭐라고 자기들끼리 정해서 나에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것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를 꾸미고 나에게 자랑했었다.


장난감이 방안 가득 있을 때보다 상상하는 것이 많아졌는데

장난감의 역할이라는 것은 많은 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덕분에 내 아이들은 어떤 물건이든 그것 본연의 모습 말고도 쓸 용도를 잘 찾아내는데

그래서 좁은 집에서 사는 것도 불편하지 않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림책도 마찬가지였다.

얻어온 것이나 선물을 받은 것 등 제법 많았는데 난 그걸 20권 이상 내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책이 장난감과 섞여 커다란 블록을 대신할 때도 있었고

책의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 페이지라도 그저 열리면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놀았다.

열어 놓은 페이지에 좋아했던 트럭이 고장이 나 우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게 궁금해서 앞의 페이지를 열어보고 그러다가 한 권을 다 읽어 내는 그런 식으로

그렇게 꼬박꼬박 같이 앉아 읽어 주는 그런 정성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책을 너무 좋아하지도 아주 싫어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하는 고민에서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책과 방 한가득의 장난감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공간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자려고 하는 그 순간까지 같이 한다면

빼곡한 책들은 한 장의 커다란 그림이나 벽지처럼 눈에 익숙해져 버려

그 이상의 호기심은 사라지고 언제나 있다는 안도에 아쉬움도 없을 것 같다.

거기다가 비용도 꽤나 들어가는데 그걸 아이들 앞으로 저금해 둔다면...


책이 그득한 서점이나 도서관은 원하는 책을 고르려고 마음부터 설레고

돌려줘야 하는 도서관의 책은 아쉬움도 있어서 어떻게든 열어 보기는 하는데

언제나 그곳에 있는 책장의 책들에는 서점의 책과는 다르지 않을까 한다.


장난감이나 책은

아이들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그래서인지 장난감인데 그 장난감이라는 것이 소유욕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장난감의 상표와 가격을 외우고 그것으로 자랑을 하는 행동에 놀랬는데

어느 누구는 뭘 샀다더라 하면서 부모도 내 아이는 더 최신 것으로 더 좋은 것으로

장난감의 목적은 아예 무시하고 아이도 더 좋은 것이 내 것이기를 바라는데

장난감이나 책은 소유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머리를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시대가 뒤떨어진 것이라도 작동이 잘 안 되는 것이라도

이유를 찾아내고 원하는 방향으로 고치던지 노는 방법을 달리 한다면

그건 충분하게 장난감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풍요로움이 소중함을 잊게 만들까 봐...


아이들은 일단 호기심이라는 것만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책을 잘 읽어서 내용까지 습득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으로

내 아이라면 절대로 무리라는 생각으로 그냥 책과 친해지길 바랬다.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했었다는 그림책 한 권 정도는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좋아한다는 책은 바꿔 넣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정말 그렇게 되었는데

조금 멋진 예술적인 그림에 책의 표지도 두툼한 것으로 생각한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후들거리는 종이에 그림도 그저 단순한 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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